조디악(Zodi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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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Zodiac)
  • 승인 2007.08.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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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판 <살인의 추억>

최근 영화들은 만화나 소설 원작을 영화화하는 것과 함께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 영화계도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이나 <너는 내 운명>, <그 놈 목소리> 등의 실화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극락도 살인사건>처럼 간혹 실화인 것처럼 가장한 영화들이 나올 정도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화 영화들이 대다수 결말이 미리 공개된다는 최대의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는 바로 진짜 있었던 이야기로 거기서 오는 감동이나 두려움 등이 관객들에게 매우 리얼하게 직접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1969년,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에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으면서 자신의 암호문을 신문에 싣지 않으면 계속 살인을 할 것이라는 편지가 전달된다. 그 암호문은 곧 어느 고등학교 교사 부부와 신문사의 삽화가이자 암호광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홀)에 의해 해독되고, 경찰은 범인을 ‘조디악’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후 조디악 킬러는 끊임없이 언론을 조롱하면서 살인을 계속 하게 되지만 경찰은 그 어떤 실마리도 잡지 못한 채 모든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리게 된다. 이 때 그레이스미스는 조디악의 사건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되다가 결국 이것을 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디악>은 1960년대와 7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37명을 살해한 후 지금까지 붙잡히지 않은 미국 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할리우드판 <살인의 추억>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내용적으로 비슷한 면모를 보여준다. 살인은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용의자만 있을 뿐 범인의 실체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과 ‘미치도록 붙잡고 싶다’는 <살인의 추억> 카피처럼 끝까지 범인을 잡고 말겠다는 의지의 경찰을 보여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형사가 되어 누가 진짜 범인일까, 왜 안 잡히는 것일까라는 심정을 감정이입 시킨다. 그래서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진행시키는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긴장감은 꽤나 극적이다.

<파이트클럽>과 <세븐> 등으로 여러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데이빗 핀쳐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조디악>은 이 사건에 집착한 실제인물 그레이스미스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스릴러 장르답게 서서히 관객들을 조여 오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상영시간이 2시간 38분으로 매우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지만, 또한 최고의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이중적인 면을 가진 영화라는 것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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