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한의학적 임상평가 척도의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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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한의학적 임상평가 척도의 개발
  • 승인 2007.08.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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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구는 한 마디로 ‘특정 질병(환자)에 특정한 치료법을 적용했을 때의 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치료효과 판정과 연구(치료) 대상 선정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자.
한의사가 어떤 환자를 치료했다고 할 때, 객관적 평가 자료보다는 환자의 ‘좋아졌다’는 말에 의존할 경우가 많다. 이것만으로는 그 환자 한 사람을 단골로 만들고 입소문이 나는 정도이지, 개별 한방 병의원 나아가서는 한의학의 치료효과를 홍보하는 근거자료로 되기는 힘들다.

물론 만성 통증질환, 피로감 호소 등에서는 환자의 주관적인 평가가 중요하지만, 당뇨병을 치료했다면 실제로 혈당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떨어져야 하고, 자궁근종을 치료했다면 증상의 완화와 더불어 근종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적어도 커지지는 않았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洋診韓治가 아니라 韓診韓治를 잘하기 위해서, 협진이나 서양의학적 검사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해지는 대목이다.
주관적인 증상의 호전도 다양한 평가척도를 사용하여 계량화하는 것이 좋다. 통증질환의 VAS 척도, 일반적인 삶의 질을 평가하는 SF 36등이 대표적인 척도이고, 질환별로 증상의 경중을 평가하는 척도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질병의 호전도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를 개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척도 개발은 단순히 설문 문항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 집단에 적용하여 문항의 타당도를 통계학적으로 평가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므로, 학회나 한의과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추진해야 할 연구과제라고 생각된다.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를 정확히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임상연구에서는 어떤 환자를 연구에 포함시킬 것인지, 배제시킬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환자를 가려서 치료하자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 경과와 예후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금 어려운 질병이다 싶으면 치료를 회피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떤 병이든지 다 치료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도 또 하나의 편향된 시각이다. 한의학에서도 불치, 난치의 개념과 판별기준이 엄연히 존재하며, 양방 검사 결과나 질병 단계 판정도 고려해야만 한다.

당뇨 치료를 예로 들어보자. 당뇨로 진단 받은 환자라 하더라도 최근에 정상범위를 약간 넘어간 정도여서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쉽게 치료될 수 있는 환자부터, 혈당강하제를 여러 종류 복용해도 혈당수치가 잘 잡히지 않는 환자, 인슐린 의존성이어서 인슐린 주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 당뇨가 오래되어 합병증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환자까지 천차만별이다.

환자에 따라 한방치료 만으로 완치될 수 있는 경우와 한방치료가 일정부분 당뇨 관리에 도움이 될 경우,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경우 등이 나누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뇨를 한방으로 치료할 수 있다’라는 표현은 불필요한 오해와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 ‘이러이러한 당뇨 환자는 ~을 목표로 한방치료를 할 수 있고, ~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한의학 전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치료의학으로서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길이다.

한의학적 예후판정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양방검사 수치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치료계획 수립이나 치료효과 판정을 위해서는 양방검사 결과를 도외시해서도 안 되겠다.
바쁜 진료 현장에서 꼼꼼하게 환자의 정보를 파악, 기록하고 때로는 검사까지 권유, 시행하는 것은 번거롭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나 그러한 노력은 더욱 정밀한 치료로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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