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기념 특집기획] 한약의 가치, 다시 보자
상태바
[창간 18주년 기념 특집기획] 한약의 가치, 다시 보자
  • 승인 2007.08.10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진단·치료결과 확인되면 한약투여기회 증가

2. 보여주는 진단이 한약치료의 신뢰를 높인다

한약은 양약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약의 장점은 무엇보다 처방을 다양하게 구성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암, 당뇨, 고혈압이라 하더라도 환자를 변증시치한 뒤 처방한 한약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한의사 중에는 이런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일부는 상당한 치료효과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무명의 한의사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어느 날 갑자기 부상하는 것도 한의학만의 특색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한의사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의사는 성공할 개연성을 갖고 있지만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때 잠재된 치료능력을 발휘할 뿐이다.

■ 진단은 치료의 대전제

우선 한의사가 치료능력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진단능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확한 병소에 약을 투여해야 치료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약이라면 효과가 좋고, 그것이 설령 보험약이라도 하더라도 환자의 질환상태만 제대로 파악하면 상당한 치료효과를 올릴 수 있다.
그런데 치료에 있어 진단능력의 선행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진단의 방식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어서 한의사마다 정확한 진단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한의학에서 진단은 대체로 望聞問切 四診, 설진·맥진을 기본적으로 한다. 혹은 관형찰색과 체질감별도 정확한 진단을 위한 고려요소에 포함된다.
이런 진단법은 다수의 한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채택하는 진단법과 훈련정도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환자진단에서 개인적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최근 들어 현대의학에 눈뜬 한의사를 중심으로 현대적 진단장비 활용으로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 환자치료에 활용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 비내시경을 이용한다거나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성장판사진을 찍는다거나 갑상선치료를 위해 혈액검사 결과를 이용하는 것, 염좌를 치료하기 위해 X-Ray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그런 사례들이다.
모 한의사는 코질환 치료에 진단장비를 사용해 효과를 보고 있는 경우다. 비록 보험청구를 하지 못하지만 코 속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비내시경을 사용한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90% 정도는 코의 상태를 확진할 수 있고 의심나는 부분(10% 정도)은 협진하고 있는 양방의원에 CT촬영을 의뢰한다.

진단결과는 환자를 설득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그는 말한다. 환자에게 보여주고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설명하면 환자는 믿고 따라온다는 것이다. 양방을 찾는 환자는 언론매체를 통해 정보를 인지한 뒤 내원하는 특성상 굳이 환자를 설득할 필요가 적지만 한의학은 언론홍보가 상대적으로 미진해 진단 현장에서 환자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인 탓에 보여주는(visible) 진단이 환자설득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진단장비를 아무나 쉽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위험하지는 않지만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숙련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그는 소정의 가입비와 연회비만 내면 이 진단법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카페를 개설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진단법이 전통적인 진단법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한다. 비내시경은 돋보기 역할에 불과할 뿐 변증시치라는 한의학이론으로 접근하므로 더 한의학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히려 그는 비내시경을 통해 한의학으로 치료가 되는 병과 안 되는 병을 구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장비사용으로 인한 법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그는 방사선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킨다. 다만 한의대에서 비내시경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개선돼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의대 교육이 visible하지 않고 막연한 진단만 가르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갑상선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모 한의사도 현대적 검사방법을 진단에 활용한다. 이 원장은 한의학적 방법으로 갑상선진단을 진단하고 치료한 뒤에 치료결과는 반드시 환자로 하여금 양방병의원에 가 혈액검사를 가져오도록 요구한다. 치료 중간중간 갑상선 수치를 눈으로 확인시키는 방법으로 치료결과를 확신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 치료 후 계속 관리 중시

진단이 정확하면 치료효과도 좋게 마련이지만 이들 한의원에서는 치료과정에 남다른 면모가 엿보인다. 많은 경우 한약을 쓰되 한 번에 승부를 내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비폐색 같은 질환은 3주면 어느 정도 치료되고 총치료비도 몇십만원에 불과하지만 환자와의 관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코질환은 감기에 걸리면 재발되는 특성상 계속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 한의원은 비염치료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몸의 원기를 돋구는 처방을 사용, 재발가능성을 감소시킨다.

충남 천안의 조현모 원장은 “이비인후과 질환은 정상적인 진단을 통해 치료목표만 설정되면 첩약이든, 보험약이든 무슨 약을 써도 잘 낫게 돼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는 “한의원의 문턱을 낮춰 지역주민과 동화돼야 동네한의원이 산다”고 조언했다. 치료비를 낮춰야 내원이 잦고 긴 숨으로 환자를 돌봐야 치료효과가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므로 한번에 승부 낼 생각 말고 ‘코묻은 돈 번다’고 생각하라는 게 조 원장의 지론이다.

■ 결국은 환자 설득이 관건

이상과 같은 사례에서 보듯 한의사에게 가장 시급한 요소는 환자를 설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진단법과 치료법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여주는 진단결과를 통해 병소를 정확히 보여줘야 잦은 내원을 유도하고 투약시 있을 수 있는 환자의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아무리 한약을 좋은 치료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환자가 한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한의사는 주요한 치료수단인 한약을 투여할 기회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한의원의 경영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결국 동네한의원살리기의 활로는 한의원의 치료에 대한 신뢰이며, 치료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계속>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