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기념 특집기획] 한의학과 옴니허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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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8주년 기념 특집기획] 한의학과 옴니허브(2)
  • 승인 2007.08.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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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품’ 한의계 스스로 해결할 계기 마련

2. 한의계에 던진 화두

1995년 36종의 한약재를 대상으로 하는 한약규격화제도,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규정’이 시행됐다. 80년대부터 제도의 필요성은 제기돼 왔으나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세력이 없었고, 농민이나 상인 등 반대하는 계층이 많아 생각만하다가 1993년 ‘한약분쟁’을 계기로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전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정부나 업계 모두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한 제도여서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현재까지 계속 수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됨으로 해서 ‘불량 한약재’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반대로 그만큼 약재의 질도 향상됐다.
현재 약재에 대한 주요 관심은 잔류 농약, 중금속, 이산화황 등 안전성이다. 그러나 한의사 입장에서 본다면 유효성은 이보다 더 큰 관심사일 수 있다. 환자가 많은 한의원에서는 다량으로 활용하는 한약재를 별도로 관리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거래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기원이 맞는 약인지, 제조 과정이 어떠했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다.

■ 한약재의 원형을 찾아

한약재 유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모 한의사는 “한의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단체에서 중금속이나 농약 등 농산물에서 자주 접해온 위해 물질 대신 ‘가짜’를 문제 삼았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며 “위해물질은 농산물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 한의원에서는 안전한 한약재만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만 쌓으면 해결이 가능하지만 위품은 ‘한의사가 약을 모른다’로 이어져 의미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옴니허브 허담 대표 등 세명의 한의사가 한약재 유통에 뛰어들며 한 말은 “우리약재의 실상을 바라보면 참담한 마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한약재의 원형을 살리려 노력하려고 합니다”였다.
중앙 일간지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온 한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슈화 될 수 있는 문제도 먼저 자진해서 밝히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면 기사가 재미없어 기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죠.”
옴니허브의 가장 큰 업적은 원전에서 말하는 한약재와 현재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의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 갈근·석고, 약재시장 변화 유도

제철도 아닌 시기에 사방공사 현장에서 나온 것과 엑기스를 한번 뺀 것으로 추정되는 칡 대신 진짜 겨울철에 채취한 갈근을 사용하자는 운동을 벌인 후 한약재 유통 상가에는 ‘겨울 칡’이라는 안내 표지가 등장했다.
그리고 다음해에는 장중경 선생이 쓰던 ‘웅성석고’를 쓰자고 호소했다. 석고는 淸熱解毒 약으로 임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나 기대했던 효과 대신 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나 투약하기가 부담스러운 약재였다.

미술용이나 인위적으로 정제된 석고를 사용한 것 때문으로 보고, 장중경 선생이 활동했던 지역을 찾아 약재를 수입한 것이다. 의서에서 말하는 약성이 그대로 간직된 약이었다. 지금은 옴니허브만이 아니라 다른 제조업소에서도 웅성석고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약 효능면에서 월등할 수밖에 없는 오가피 根皮를 장백산에서 발견하고 선뜻 구입했지만 한의약 공정서의 회분 함량 기준에 맞지 않아 전부 소각해야 했다.

꼭 가지고 들어오고 싶지만 지표물질인 센노사이드 0.25% 기준에 맞는 장엽대황을 찾지 못해 마음만 졸이고 있다.
백출과 창출, 석창포와 수창포, 하수오와 백수오, 천문동과 빗자루. 옴니허브는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약재의 기원에 대해 한의계에 던진 화두는 안전성 못지않은 어려운 숙제를 한의사 스스로 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계속>

대구·영천 =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내가 본 옴니허브] 누구도 못했던 변화 이끈 ‘장본인’

임상에서 약물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학 강단에 들어온 나는 약재의 기원을 정립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옴니허브는 한의계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올바른 한약재의 정립을 위한 길을 걸어왔다. 약재가 있는 곳이라면 국내는 물론 중국의 산간오지와 위험지역을 막론하고 현장에 가서 생육상태와 기원을 확인해 양질의 약재를 공급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덕분에 기존 한의계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며 비싸더라도 더 좋은, 기원이 확실한 약재를 사용하려고 하는 한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지난 50년동안 누구도 하지 못했던 변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현재 한의계에 불어오고 있는 환자들의 한약에 대한 불신은 바로 양질의 약재를 쓰지 않고, 약재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부족이 국민들로 하여금 한약을 멀리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 했다고 생각한다. 옴니는 전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한약재에 쏟은 옴니허브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본 한사람으로서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정종길(동신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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