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칼럼] 오감형 진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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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칼럼] 오감형 진단기기
  • 승인 2007.07.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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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진단법인 사진법이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언어 등 인체 감각기관을 이용한 진단법이다. 이렇게 인체감각을 이용한 진단법은 사람의 능력에 따라 절정의 정밀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진단자에 따라 측정 내용이 서로 달라지고 또는 같은 한의사라도 자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진단 내용이 달라지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더구나 직접적 구전심수의 맥이 거의 끊어진 현대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끼리 솔직히 얘기해보자. 임의의 3명의 한의사가 한 사람을 진맥해서 각자 기록한 후 맞추어보기로 하면 그 일치율이 얼마나 나올까? 지역 한의사회를 하면서 그런 토론을 이끌어본 경험으로는 3인 일치율은 아마도 30% 미만이 아닐까 싶다. 아니 두 사람만 만나도 일치율이 50%를 넘기 어려우리라. 게다가 허맥이라 하여도 그 정도가 얼마인지는 거의 기록되지 않는다. 그런 한의사의 진찰 기록을 가지고 어떻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세상에서 공인할만한 임상 논문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여기에 한방진단기기 개발의 필요성이 있다.

오감형 진단기기란 첨단 센서를 이용하여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 진단 내용을 정량화해내는 기기 영역을 이름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맥진기이다. 한의사의 맥진 내용은 매우 다양한 물리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맥파의 압력과 주파수(허실지삭)만 측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맥파의 폭과 길이(대세장단), 또한 최대 맥압이 느껴지는 깊이(부침)까지 측정하고 이에 대해 파동학적 분석을 할 수 있어야(활삽긴완...) 28맥을 모두 정의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성별·연령별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각 영역의 데이터별로 표준 점수를 구하고 질병 상태에서 어떤 변수가 변하는지에 대한 분석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한방 진단 컨텐츠가 완성되어 하드웨어에 숨결을 불어넣게 된다. 이에 개인별 편차가 큰 인체 구조를 감안하여 측정의 안정성, 재현성까지 확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처음엔 서양의학도 청진기와 같은 도구로 소박한 오감형 진단을 했고, 지금도 X-ray 판독은 사람의 눈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그동안 공학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영상 진단기기와 생화학적 분석법들이 개발되면서 지금처럼 진단이 과학화되고 세계적으로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크게 얻은 것이다. 우리도 한의학 진단을 과학화해야 한다. 다만 그 길은 저쪽과 다를 것이다.

서양의학이 인간 감각 너머의 미시적 분석을 즐기는 반면, 우리는 신이 내려준 감각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것을 정량화, 객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손끝으로 느낀 이 감각이 무엇이며 어떤 센서로 측정할 것인가? 저 사람의 목소리에서 병색을 느낄 때 그것은 음성 파동의 어떤 요소인가? 이와 같은 접근은 한방 임상가에 정확성과 풍요함을 가져다줄지언정 기계를 앞세운 지식의 오만함에 물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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