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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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 승인 2007.07.2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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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그날의 눈물을 담은 영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었다. 분명 같은 시기를 살아 온 한 사람이었지만 철저한 반공교육과 차단된 언론의 정보를 진정으로 믿었던 어린 필자의 기억 속에 광주 사건은 북한 간첩들이 내려와 일으킨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간 첫 해부터 진실은 은폐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고한 시민들이 같은 나라 사람의 총과 칼에 하늘로 떠났지만 정권이 변하면서 5·18 민주화 운동으로 승화되었고, 뒤늦게나마 진실을 만천하에 알리며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자 고귀한 희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로부터 27년 후, 5·18 민주화 운동은 100억원이라는 거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화려한 휴가>를 통해 재탄생하게 되었고, 평범했던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하는 시민군들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김상경)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동생 진우(이준기)와 단둘이 살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다가 진우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이요원)를 보고 구애를 펼치게 되면서 진우와 함께 영화를 보러간다. 하지만 극장 안으로 들어온 군인들에 의해 그들의 데이트는 무참히 깨지게 되고, 이윽고 무고한 시민들이 무장군인들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후 광주시민들은 퇴역 장교 출신인 흥수(안성기)를 중심으로 시민군을 결성하고 도청을 사수하게 된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영화에 묘사된 적이 의외로 별로 없다고 한다. 예전에 <꽃잎>이라는 영화에서 금남로의 장면이 묘사됐지만 그것이 주된 사건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려한 휴가>의 가치가 있는 것이며, 영화는 우회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기보다는 매우 직접적으로 사건을 표현하고 있다. 등장인물들 역시 실존했던 인물들에서 모티브를 잡아서 구성했으며, 금남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30여 억원을 사용했다는 제작자의 말대로 영화는 그 당시 광주를 매우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뭔가 부족하다. 정치적인 면을 배제하고 일반 시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켰다고 하지만 이들이 왜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 도청을 사수해야 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광주 이야기들이 모두 조합되어 나오면서 영화보다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로인해 영화 자체가 가져야할 짜여진 이야기 구성보다는 과잉된 감정을 호소하면서 관객들의 눈물에 의지하는 영화가 되어 버렸다. <화려한 휴가>라는 제목은 그 당시 광주 진압군들의 작전명이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진압군과 시민군 모두에게 결코 화려하지 못한 휴가가 되어 매우 아이러니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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