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동 칼럼] 한약독성,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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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동 칼럼] 한약독성, 무엇이 문제인가
  • 승인 2007.07.2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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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수 천년동안 쌓아온 한약의 안전성이 무너지고 있으며 그 끝의 나락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이다. 왜 갑작스럽게 그처럼 안전하게 인식되어 왔던 한약이 독하고 부작용이 심한 약으로 변해 버렸는가.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한약은 평생에 한번이라도 먹었으면 했던 귀한 것이었고, 생명을 건질 수 있는 희망의 물질이었으며 조상대대로 우리민족의 건강과 질병을 치료해왔는데 이러한 과거의 명성은 차치하고 아예 먹어서는 안되는 물질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필자가 듣기로는 일부 한의사들도 환자들이 한약독성과 부작용에 대해서 염려하고 묻는 것이 귀찮고,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불안 때문에 한약사용을 꺼리거나 처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한약사용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줄어들면 한약사용으로 얻어지는 환자들의 건강관리 및 치료효과를 포기하는 것이다. 한약사용감소는 직접적으로 한의사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의학적 가치의 감소로 인한 한의학의 존재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그러면 실제로 “한약은 독성이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많은 한약서적에 모든 한약은 독성이 있으며 이러한 독성이 한약의 효과로 나타난다(治病하는 것은 독의 효능이다: 張景岳)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독성이 강한 약은 약효가 강하며, 독성이 약하면 약효도 약하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인체내부로 들어온 모든 물질은 간에서 여러 단계와 다양한 효소를 통해서 분해 및 합성이 되며 대부분은 인체에 무해하고 유익한 물질로 변하지만 일부는 오히려 독성이 강하게 된다.

한의학의 중요 치료수단인 한약사용을 포기할 수 없으며 또한 필요이상으로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있는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진실된 접근이 필요하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기존의 한방의서에 기록되어 있는 적정사용량과 복용횟수만 지킨다면 특별한 문제는 없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작용과 독성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한의계 사람들은 한약의 전문가는 한의사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약독성학이나 현대독성학에 대한 전문가라고 한다면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어느 한의과대학에서도 독성학에 대해서 독립적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없으며 독성전문가도 많지 않다. 아직도 일부 한의사는 한약이 무슨 독성과 부작용이 있으며 한약독성학에 대해서 연구하는 교수들을 욕하는 것을 듣곤 한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 한약독성학의 교육과정이 개설돼야 한다.

둘째로는 그동안에 한약부작용 사건으로 발표된 자료를 보면 많은 건수가 민간의료에서 잘못 사용된 것들이다. 일반인들이 자가적으로 자신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량으로 복용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것이다. 장차 한약사용은 한의사나 한약사 등 한약전문가만이 사용토록 하는 법제도의 제정이 필요하며 이러한 비전문적으로 사용하여 사건화된 것은 한약부작용의 건으로 포함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risk-benefit effect의 고려이다. 잘 알고 있듯이 항암제나 결핵치료제 그리고 항생제 등 많은 양약들은 매우 독성이 강하지만 해당 질병이 있는 환자들은 부작용이나 독성을 감수하고 복용한다. 왜냐하면 그 이상의 혜택과 이익이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세상의 그 누가 뭐라해도 한약이 약으로서 치료효과가 충분하다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한약독성문제에 대한 대처는 한의학계의 독성학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연구와 교육을 통하여 많은 객관적 자료를 생산해야하며, 독성이 있고 위험하기 때문에 누구나 아무렇게나 한약을 취급하게 하면 안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볼 때 한약이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한약의 의학적 효능을 최대화하여 의료수요자들이 한약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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