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열 칼럼] 부산대 한의전 교육과정 시안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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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칼럼] 부산대 한의전 교육과정 시안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 승인 2007.07.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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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에서 그동안 연구해 온 한의학 전문대학원 교육과정 설명회가 지난 6월 27일 개최되었다. 이 설명회 장소에서 침구학 교수들의 항의와 학생들의 시위가 있었으며, 그리고 침구학회외의 다른 몇몇 학회들도 이 교육과정에 대해 반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교육과정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시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그동안의 한의학 교육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 시안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그동안 한의대 교육에서는 시행되지 않았던 통합식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의과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수직적인 교과목 통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일부 교과목들을 수평적으로 통합하여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존의 한의대 교과과정에 익숙한 보수적인 한의대 교수들 입장에서는 가히 급진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여러 가지 변화를 담고 있다.

이번 교육과정을 만든 부산대 연구팀의 가장 큰 실책이라면 바로 한의계 안에서 한의계와 함께 이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급격한 변화를 담은 교육과정은 성격상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부산대 한의전이 앞으로 한의계의 후원을 얻고, 또 한의계와 호흡을 함께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한의계내에서 이번 교육과정에 대한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지지를 얻는 설득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이 시점에서 우선 교육과정을 입안한 부산대 연구팀은 이 교육과정에 한의학 교육의 개혁이라는 명분을 부여하고 관철시키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제도나 기구 등을 새롭게 뜯어 고친다’는 의미를 가진 개혁이라는 용어는 너무 강하게 밀고 나가면 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수구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개혁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이렇게 되면 교육과정에 대한 건전한 논쟁은 사라지고 개혁과 보수 내지 수구라는 이분법적 갈등의 골을 새로 만들어 서로 감정섞인 격한 말만 주고받게 될 뿐이다.

행여 마음속에라도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이런 생각마저도 버려야 한다. 생각은 반드시 겉으로 표현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기존의 사립 한의대 교수들은 이번 일을 한의대 교육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의대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6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의학 학교 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한의대 교수들의 책임이다. 우리는 각 학교에서 교육과정 개편이 있을 때마다 전공 이기주의, 교실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갈등이 있어 왔던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다못해 학습목표와 같이 진료와 아무 상관없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교육 내용과 관련된 부분까지도 혹시나 진료 영역에서 불이익이 올까봐 문제점들을 교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교육과정의 개혁을 들고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부산대 한의전 교육과정은 부산대 자체 문제이기도 하지만 모든 한의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존 한의대도 앞으로 한의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기회에 잘 짜여진 표준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 먼저 부산대 시안을 놓고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씩 구체적으로 책상위에 올려놓고 검토하면서 서로 의견을 모으다보면 좋은 새로운 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위해 한의학 교육평가원이나 학회, 또는 한의대 학장협의회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자리를 만들어 준다면 더 이상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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