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열 칼럼] 한의학 과학화의 개념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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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칼럼] 한의학 과학화의 개념과 과제
  • 승인 2007.06.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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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문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다. 학문을 구성하는 수많은 이론들도 실은 어떠한 조건 하에서만 의미가 있는 진리의 작은 조각들일 뿐이다. 그런 이론들이 나름대로의 논리 구조에 따라 체계화되어 있고,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유용할 때 우리는 그것을 학문이라 한다.

그런데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학문이라 할 때 그것은 흔히 과학과 동의어로 쓰여진다. 과학의 영어와 프랑스어 ‘science’는 모두 어떤 사물을 ‘안다’는 라틴어 ‘scire’에서 연유된 말로 넓은 의미로는 학(學) 또는 학문(學問)과 같은 뜻이나, 독일어의 ‘Wissenschaft’는 학문(Wissen)과 명백히 구별되어 과학을 의미하며, 철학·종교·예술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네이버 백과사전). 이 때의 과학은 가시적이고 재현가능한 근거들로 체계화된 지식을 의미하며 그런 관점에서 한의학은 과학성이 부족하다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 그러니 데이터가 축적되어가며 발전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객관적’의 의미가 ‘모든 사람에게 100% 똑같이 보여지는’이라는 뜻이라면 과연 한의학에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의사에게 같은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틀과 표현들은 있으며 이를 통해 수천년간 축적된 자료는 어느 의학보다도 풍부하다. 다만 진단기기를 통해 정량화된 데이터가 축적되는 서양의학에 비해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기’ 자체가 측정방법이 묘연한데 이를 어떻게 객관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의사는 분명 기의 편차를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법을 구사한다. 기란 무엇인가? 황제내경에 ‘기는 형체를 끌고다니는 우두머리다’, ‘기는 형체로 전환되고, 형체는 기로 전환된다’는 표현들을 통해 우리는 기가 형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되 형체보다 능동적인 어떤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조선시대의 ‘이(理)와 기는 하나인가 둘인가’, ‘理가 氣의 운동에 선행하는가(주리론) 기가 먼저 동하는가(주기론)’ 하는 이기논쟁을 통해 우리는 기는 이치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보다 동적인 어떤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문헌들을 통해 볼 때 기는 ‘기운’이라는 뜻으로서 현대과학의 에너지와 유사한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단전호흡을 하면 대개 따뜻한 기운이 아랫배에 생겨서 등뼈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느끼는데 이는 분명 열에너지 혹은 전기에너지의 일종일 것이며 혈액 소통 상태에 변화를 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에너지와 혈관 상태 측정을 통해 어떻게든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의학연구원에서는 오감형 진단기기와 에너지형 진단기기를 통해 이 의문에 답을 찾아보고자 연구를 기획하여 추진하고 있다. 四診法으로 불리우는 한의학적 진단법은 잘 훈련된 한의사의 경우 절정의 정밀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한의사의 감각 특성에 따라 측정 내용이 달라지기도 하고 같은 한의사라도 기분과 상황에 따라 재현성이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인체 감각을 모방 혹은 대체하는 센서들을 이용하여 한의사의 감각 내용을 수량화하는 오감형 진단기기와 여러 가지 형태의 에너지 측정을 통해 기의 분포와 운동을 진단하자는 에너지형 진단기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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