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42] 丹溪醫書纂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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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42] 丹溪醫書纂要
  • 승인 2007.06.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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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理空論보다는 경험이 우선

이 책의 원작은 明代 成化 연간에 盧和가 朱震亨의 저서라고 알려진 각종 醫書가운데 중요한 것을 가려 뽑아 註를 달고 편집하여 1484년(成化20)에 간행한 것이다.
저자는 『格致餘論』, 『金궤鉤玄』, 『丹溪衣鉢』, 『丹溪心法』 등 단계가 지었다고 세상에서 전해지고 있는 각종 의서들을 모아 그 가운데 요점을 가리고 좋은 처방만 골라놓았기 때문에 『丹溪先生醫書纂要』 혹은 약칭하여 『丹溪纂要』라고도 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이 책이 조선에 전래된 이후 1545년에 醴泉에서 다시 간행한 조선판본이다. 지난 해 수행된 ‘해외소재 한국의학 지식자료 조사연구’에서 파악된 조선판 의서 가운데 秀作이라 할 수 있다. 조선판은 2권2책으로, 李元誠·金允誾 등이 교정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 뒤 경주에서도 重刊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中國中醫科學院 圖書館에 소장(분류기호 午1-1484)되어 있다. 조선판에는 서문은 있으나 明刻本 『丹溪醫書纂要』에 보이는 凡例와 跋文이 보이지 않고 대신 조선판의 간기와 경험방(치종창법)이 붙어 있다.

원문은 傷寒, 中風 및 雜病, 小兒, 婦人 등 병증별로 나누어 각 과의 내용을 78문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중풍, 상한, 온역에 대한 내용이 먼저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후에 內傷과 雜病에 대한 내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단계의 이론에 충실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각 병증문에는 단계의 관련 의론과 『格致餘論』, 『局方發揮』 등의 논설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증상에 따른 치법을 적고 있는데, 단계의 이론에 부합하는 것들만 남기고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삭제하였다.

각 편 뒤에는 藥方을 두어 단계의 처방뿐 만 아니라 古方까지 함께 실어놓았기 때문에 찾아보기 편리하다. 또 중요한 의안을 덧붙여 내용을 보충하였고, 전문에 걸쳐 저자가 주를 덧붙여 놓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異域을 뒤져 再會한 이 책의 참다운 가치는 본문이 아니고 권말에 기록된 간행기와 부록에 있다. 刊記에는 조선판의 간행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름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참고 가치가 크다. 특히 이 책의 간행기에는 편찬을 주도한 경상도관찰사 安玹과 예천군수 金泓, 교정에 관여한 관아의 여러 관련자 뿐 만 아니라 書寫者, 監校官, 교정감독 심지어 刻手의 이름까지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중간판의 교정자로 언급된 이원성과 김윤은은 각각 內醫院假官通訓大夫, 通訓大夫內醫院直長으로 직함이 표기되어 있고 역할은 重校正으로 나타나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의학의 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내의원의 의관들이 최종교정을 담당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책의 말미에 ‘治腫脹法 補中治濕湯’이라고 덧붙여 놓은 종창치료법이다. 이는 원본에는 없던 것으로 조선판만의 특징이다. 보중치습탕의 용량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西北人, 南人과 함께 東人을 언급하고 있어 일찍부터 지역에 따른 기질의 차이와 용약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시사해 준다.

‘치종창법’을 적어놓은 편찬자의 글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이 치법은 丹溪가 이미 상세히 언급하였다. 다만 사람들이 모두 부종을 제거하는데 급급하여 편벽하게 疏導藥을 사용하고, 습열이 유발하는 胸悶, 비塞이 여타의 熱證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함부로 약물을 사용하니 병 때문에 사람이 상하는 것이 아니라 약 때문에 상해를 입는다. …… 내가 일찌기 이 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른 약을 써보았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嘉靖 乙巳年(1545) 봄에 내게 이 증상이 재발하여 丹溪의 치료법을 사용할 때 스스로 분량을 정하여 10여첩을 복용하고 나았다. 그 후 위급한 지경에 빠진 사람들에게 사용해 보았더니 모두 곧바로 나았다.”

그러고 보니 이 보중치습탕 경험의안은 어디선가 마주한 듯한 기억이 있다. 바로 조선판 『구선활인심방』(1541)에 부록으로 붙어있는 黃耆湯 경험방이 떠오른다.
그렇다. 이 역시 전라도관찰사로 부임했던 안현이 펴냈던 것이며,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민생을 걱정하는 목민관의 애민정신과 몸소 경험한 의약지식이 어우러진 우리 의학의 실천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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