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원가 시비’ 해결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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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원가 시비’ 해결책은 없는가?
  • 승인 2007.06.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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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가 구성항목 세분화’, ‘복용일수별 처방’에 조심스런 관심

모 일간지에서 한의사를 폭리집단인 것처럼 보도한 것과 관련 일선한의사들은 차제에 한의계가 한약가격 폭리 시비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때가 됐다고 주장해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선한의사들은 한약값 폭리 시비가 일어나는 밑바탕에는 한약원가=재료비로 혼동한 언론인의 판단오류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 우선적으로 정정보도가 시급하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언론사를 상대로 항의하고 소송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방식의 대응은 몇 년 전 기독청년회(YMCA)가 한약가 폭리문제를 터트렸을 때 한의계가 했던 방식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당시 시민단체도 한의계의 설명을 듣고 한약값이 비싸지 않다고 수긍한 바 있다.

오히려 사태가 재발하는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게 일선한의사들의 판단이다. 그것은 곧 한약가를 구성하는 진료비항목을 세분화해주지 못해 발생하는 필연적인 귀결 아니냐는 것이다. 환자가 지불하는 한약값에는 한약의 재료비는 물론이고 탕전료, 진찰료, 검사료, 조제료, 의료기기 및 기타 잡비, 감가상각비, 건물유지비, 인건비 등이 포함되는데도 마치 재료비를 뺀 나머지 전부가 한의사가 취하는 마진인 것처럼 혼동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한한의사협회 등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한약값을 구성하는 다양한 항목을 선정해서 한방의료기관의 접수대 같은 곳에 비치해두면 충분한 설득력을 가져 환자의 오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안으로 제기된다.
한의사 김인범 씨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진료비항목을 세분화만 할 것이 아니라 한약가의 개념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 제를 지어갈 때와 한 첩을 지어갈 때 초진을 한 한의사는 동일한 지적 노동을 하게 되는데 반해 치료비는 약값에 의해서 달라지게 돼 한약원가의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므로 진료위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천방안으로 그는 10일분씩 주는 관행부터 바꿔 환자의 방문 횟수를 늘리고, 초진과 재진시 한약가를 다르게 책정하고, 나아가서는 약의 종류나 처방의 내용에 따라 진료비를 다르게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처방일수를 단축하면 내원횟수가 늘어나는데 따른 진료비와 조제료수입의 증가로 한의원의 수입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환자입장에서도 약의 낭비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모 한의대 교수는 이런 견해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재료대와 의사의 기술료를 분리하는 게 국가의 정책목표”라면서 “이런 흐름에 맞추어가지 않으면 한의사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한의협과 학회 차원에서 서둘러 한약 원가 공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료비 중심 수가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론된 복용법의 계량단위를 한 제에서 복용일수별로 변경하는 방안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구에 개원한 한 한의사는 “복용일수별 처방은 한약가를 낮춰 환자에게 심리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면서 “한약가 구성항목 자체의 홍보만으로도 환자를 충분히 수긍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 김기옥 수석부회장은 “현재의 한약가가 포괄수가라는 취약점이 있어 앞으로 한약가의 세분화를 계도할 계획이지만 일선한의사들이 갑작스러운 관행의 변경을 힘들어 해 이른 시일내 시행은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김 수석부회장은 제형이 변경된 약제부터 단계적으로 세분화된 수가와 계량단위의 변경을 적용하는 전략으로 나아가면 한약값 시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한약 원가 논란은 장기적으로는 한약가 구성항목만 세분화하느냐 항목별 가격까지 공개하느냐, 또는 제 단위로 하느냐 복용일수별로 처방하느냐, 그리고 적용대상을 한약제제부터 단계적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곧바로 첩약에 적용할 것이냐의 차이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정부정책과 사회적 관심, 환자의 수용 태도, 일선한의사의 개선욕구의 정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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