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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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 승인 2007.06.0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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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재해석 되는 황진이

영화는 똑같은 소설이나 역사적 인물, 사건 등을 다루는데 있어서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그 내용은 시대의 관객들이 요구하는 것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회의 흐름을 분석하는데 매우 용이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황진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작년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많은 화제와 인기를 끌었던 <황진이>의 경우 예인(藝人)으로써 황진이를 묘사하며 최고의 예인이 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중점으로 그렸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 <황진이>에서는 예인보다는 신분계급의 굴레 속에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여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황진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존인물이었던 황진이는 기생이었지만 시·서·화와 가무에도 뛰어난 재인이었고, 당대의 거물급 남성들을 자신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는 역사책 어디에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관계로 실존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결말을 추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여성의 시대’라고 일컫는 21세기에 또 다른 여성상을 제시하기 위해 황진이가 영화적 소재로 매우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손자이자 북한을 대표하는 작가인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를 각색한 영화 <황진이>는 우리나라 최초로 북한 작품의 판권을 사서 제작되었으며, 금강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명승지 등에서 직접 촬영하고, 4년 동안의 제작 기간과 100억원이라는 거대한 제작비가 든 영화로 개봉 전부터 많은 이슈를 낳았었다. 하지만 영화 <황진이>는 시기적으로 여러모로 드라마 <황진이>와 비교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색감을 사용했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무채색 계열의 색감을 통해 차분하면서 지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영화 메인 카피인 ‘16세기에 살았던 21세기의 여성’처럼 기생으로써의 황진이가 아닌 인간 황진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황진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2시간 20분이라는 상영 시간과 볼거리가 충만했던 드라마 <황진이>와는 달리 다소 밋밋한 구성의 영화 <황진이>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물론 놈이(유지태)의 액션을 통해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그녀의 일생을 한 편의 영화 속에 담기에는 너무나 무리였다고 할 수 있다. <접속>, <텔 미 썸딩>, <썸> 등을 연출했던 장윤현 감독의 작품인 <황진이>는 또 한 편의 막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슈렉 3>와 한판 대결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약간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은 영화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1986년 배창호 감독, 장미희 주연의 <황진이>와 하지원 주연의 <황진이>,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며, 시대에 따라 황진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를 분석해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상영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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