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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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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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러운 햇빛 속의 사랑

매년 5월이면 세계 3대 영화제 중에 하나인 칸영화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김기덕 감독의 <숨>과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경쟁부문에 출품되는 쾌거가 있었다. <스파이더맨 3>의 엄청난 파워에 밀려 5월 한국 영화계가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낭보는 한국 영화계에 큰 힘을 실어주는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창동 감독의 컴백작인 <밀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이창동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에 국어 교사와 소설을 쓰다가 늦은 나이에 영화계로 들어와 마흔살 넘어 영화감독이 된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인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 <오아시스>는 평단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설경구와 문소리 등 출연 배우들을 톱스타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그로인해 정치계에서 다시 영화계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작품인 <밀양>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남편을 잃은 신애(전도연)는 아들 준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 내려가 살게 된다. 그러던 중 차가 고장 나면서 종찬(송강호)를 만나게 된다. 그 후 신애는 밀양에 작은 피아노 학원을 열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아들 준이는 유괴된 후 살해당하고, 엄청난 상실에 빠진 신애는 주변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게 된다. 그 후 신애는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되면서 아들을 살해한 유괴범을 용서하려고 한다. <밀양>은 그 어떤 단어로 설명하기 상당히 애매한 영화다. 초반에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그 놈 목소리>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가 진행되다가 중후반부터는 종교에 빠져들었다가 나중엔 종교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을까? 왜 제목은 ‘밀양(密陽)’일까? 등등의 의문을 낳게 되지만 이 모든 것의 정답은 바로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으로 결론지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영화와는 뭔가 다른 화법으로 진행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청준의 소설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밀양> 역시 우리의 현실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진중하게 만들며 자연스럽게 영화 안으로 참여하게 한다.

물론 뜨거운 초여름 날씨에 진지한 자세로 영화를 봐야한다는 것과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영화 선택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거의 신들린 연기를 펼치며 캐릭터에 몰입한 전도연의 연기와 송강호의 따뜻한 멜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밀양>은 오랜만에 무게감 있는 한국 영화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 <캐러비안의 해적 3>와 같은 날 개봉되는 <밀양>이 과연 칸영화제에 출품된 것으로만 남을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한국 영화계를 일으킬 원동력이 될 것인지는 관객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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