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룡학회 임상본초 강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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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학회 임상본초 강의(4)
  • 승인 2007.05.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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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본초연구의 방향 - 성분분석과 기미

본초의 이해를 위해서는 형, 색, 기, 미 외에도 생태, 산지, 자질, 성정을 파악해야 한다는 鄒潤安 선생의 논지를 앞에서 언급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최근의 본초 연구가 성분분석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많아진 점이다.
서양의 과학기술적인 성분분석으로 약리를 해석하는 연구로는 과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한의학의 진면목을 찾을 수 없다.
식품영양학 전공이 아니라 한의사로서 본초를 이해하고 약성을 파악하려면 수토합덕(水土合德)의 오묘한 변화로 생기는 본초의 오미(五味)를 중심으로 작용이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일예로 「석고」는 《신농본초경》에 기미가 辛微寒으로 되어 있으며, 《동의보감》에도 〈汗門〉의 단방에서 발한의 대표적 약물로 알려진 「마황」을 2등으로 밀어내고 첫 번째에 올라 있다.
이처럼 「석고」는 매운 맛으로 땀을 내서(解肌) 해열 작용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현재 유통되는 여러 「석고」들 중에서 매운 맛이 나거나 땀이 나게 하는 「석고」를 보지 못했다.
아무리 성분이 CaSO₄2H₂O 라고 표시되 있어도 매운 맛으로 발한하는 작용이 없는 「석고」라면 「석고」의 독특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하다.

또 임상에서 많이 쓰이면서도 논란이 많은 「당귀」를 보자. 비타민B₁₂가 조혈작용이 있다고 해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오던 「참당귀(승검초 Angelica gigas)」보다 「일당귀(Angelica acutiloba)」를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한의사가 주축이 된 모 약업사에서도 강력하게 주장한 바가 있기도 하다. 이 역시 성분 분석으로만 약리를 파악하여 본초를 선택한 대표적인 오류 중의 하나로 생각된다.

11. 당귀의 기미

기왕 언급한 김에 어떤 「당귀」를 쓰는 것이 한의학의 이론에 합당할 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잘 알려진 대로 「당귀」는 혈증(血證)의 대표약으로 《동의보감》에는 一切風, 一切血, 一切勞, 破惡血, 養新血 등의 13가지 주치증을 기재하고 있으며, 《신농본초경》에는 「당귀」의 주치를 【01】해逆上氣 【02】溫학寒熱洗洗在皮膚中 【03】婦人漏下絶子 【04】諸惡瘡瘍 【05】金瘡으로 기록하고 있다.

먼저 「당귀」의 기미에 대한 역대 본초서의 기록을 보자. <표 참조>

청대(淸代) 추윤안 선생의 《본경소증》에서는 《본초술》의 유약금(劉潛江)의 안(按)을 빌어 「당귀」의 미를 ‘처음에는 단 맛, 그 다음은 쓴 맛, 그 다음은 매운 맛, 그리고 다시 단 맛이 나온다.’고 했다.
이것은 「당귀」의 미를 혈액이 생성(生成), 화성(化成)되는 기전 즉 수곡이 중초의 비위에 들어가서 조박과 분리된 진액이 기화된 정미가 심장, 폐를 거쳐 혈액이 만들어지는 기전과 폐와 심, 폐와 비의 조화를 통하여 혈맥과 경맥이 통하는 작용으로 이해한 것이다.
즉 「당귀」의 작용은 혈이 부족한 곳에서 생혈(生血)하고 혈이 막힌 곳에서 화혈(和血), 행혈(行血)하는 것이며, 각각 돌아가야 할 곳으로 합당하게 돌려보낸다는 뜻으로 지어진 ‘당귀’라는 이름은 이러한 체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옛 성인께서 명명하신 것이라고 했다.

12. 당귀의 체용과 생태

「당귀」를 더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용(用)에 해당하는 기미뿐만 아니라 체(體)에 해당하는 활윤(滑潤)한 자질과 함께 생태를 살펴야 한다.

추윤안 선생은 “「당귀」는 2월(仲春)에 싹이 트고 8월(仲秋)에 꽃이 피므로 그 藥力은 肝에서 시작하고 肺에서 끝난다. 肝에서 시작하여 肺에서 끝나는 약물은 상승하는 작용을 가지지만 「당귀」가 반대로 하강하는 작용을 하는 것은 활윤(滑潤)한 체가 성(性)이 되고 감신온(甘辛溫)한 기미가 용(用)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귀」는 체는 매끄럽고 윤기가 많아서 上升할 수 없으며 用은 온(溫)한 기가 후(厚)해서 陽이 되며 (甘辛한)味는 박(薄)해서 음중지양(陰中之陽)의 약물이 된다.”고 했다.

또 말하기를 “「당귀」의 藥力은 전적으로 血分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肝藏血, 脾統血, 心主血하는 것이 모두 「당귀」의 작용 중에 있다. 또 「당귀」의 본체가 활윤(滑潤)한 것은 혈(血)의 자질을 상징하고, 꽃이 고운 붉은 빛을 띤 것은 혈의 색을 상징한다. 따라서 「당귀」의 작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양기가 혈분에서 걸려 넘어진 것을 치료한다(陽氣지於血分)’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여기서 양기가 혈분에서 걸려 넘어졌다고 하는 것은 양기가 혈을 이끌어나갈 힘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정리하면 「당귀」는 봄에 생장이 시작하고 가을에 성숙하는 생태와 감신온한 기미로 상승하는 작용을 가지지만 활윤한 체성의 제한으로 하강하는 작용을 하며 혈을 간으로 돌려보내는 약성을 가진다.
그리고 혈분에 작용한다고 하는 것은 실제로는 혈 속의 기를 움직임으로써 생혈(生血), 화혈(和血), 행혈(行血)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계속>

글 : 동의형상의학회 반룡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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