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읽기와 지식의 감추어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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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읽기와 지식의 감추어진 역사
  • 승인 2007.05.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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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어떻게 지식과 문명을 얻게 되었나?

“동쪽은 천지의 기운이 싹트는 곳이며, 물고기와 소금이 많이 나는 곳으로 바다가 인접하고 물이 옆에 있으니, 사람들이 주로 물고기를 먹고 짠 것을 즐기며, 모두가 그 거처를 편안히 하고 음식을 달게 먹습니다. 물고기는 사람의 몸속을 뜨겁게 하고, 소금은 피를 마르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안색이 초췌해면서 피부가 거칠어지고, 병은 대개 종기를 앓게 됩니다. 그 치료는 폄석이 마땅하니, 때문에 폄석은 역시 동방으로부터 유래합니다(東方之域, 天地之所始生也, 魚鹽之地, 海濱傍水, 其民食魚而嗜鹹, 皆安其處, 美其食. 魚者使人熱中, 鹽者勝血, 故其民皆黑色소理, 其病皆爲癰瘍, 其治宜폄石. 故폄石者, 亦從東方來).” 이것은 주지하다시피 『황제내경·소문』에 있는 「이법방의론」의 얘기다. 환경적 영향을 받고 있는 인간의 질병양상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환경의 양상에 따라 인간에게 발생하는 변화를 관찰하여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관찰자는 흩어져 있는 지식정보를 읽어내고 있는 것이니, 문자보다 앞선 의술의 탄생과정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사실을 문자에 국한하여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은 문자의 탄생이전에 이미 자연에 흩어져 있는 지식정보를 읽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즉, 관찰된 대상에서 어떤 상징을 알아보고 거기에 의미를 채워 넣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점으로 보아 ‘읽기’란 일정한 법칙에 따라 표기된 기호들을 해독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의학의 발달은 신체의 증상을 통해 병을 읽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발하고 있는 것이고 보면, 환자를 위한 우리의 진료행위는 얼마나 잘 병을 읽어내느냐에 따라 고통으로부터 해방의 임무를 여하히 수행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이 책은 이와 같이 인류의 정신적 발전은 읽는 행위가 없이는 불가능함을 얘기하고, 지식정보를 어떻게 인간은 읽어왔는지 그 문명발전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인간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방향을 잡기위해 별을 읽어오고, 종족의 생존번식을 위한 방편으로 신체의 증상을 통해 병을 읽어 왔던 역사를 얘기하고 있다. 더불어 문자의 발명과 그로부터 발전되는 문학과 교육의 역사 그리고 독서의 역사를 ‘읽기’라는 주제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앞에 예시한 「이법방의론」의 얘기는 공주 석장리 유적을 통해 알 수 있는 강가의 선사유적에서 우리가 폄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우연이 아니며, 종기에 대한 민족적 고심은 구석기 시대부터 이미 강변과 바닷가를 중심으로 발달된 우리나라의 특질적인 질환이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백제와 고려를 이어 조선에까지도 종기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은 필연적이었고, 청열해독(淸熱解毒)하고 소종거농(消腫祛膿)의 요약(要藥)으로 금은화(金銀花)와 포공영(蒲公英)이 다용되었음은 물론이고, 고구려의 금관이나 백제건축 양식에서 볼 수 있는 인동등(忍冬藤, 금은화) 무늬가 결코 가볍게 새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세계의 유래없는 치종청(治腫廳)이 조선시대에 있었고 임언국과 같은 치종의(治腫醫)와 더불어 『치종지남(治腫指南)』과 같은 의서가 전해졌다는 것은 우리 의학의 역사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으리라. <값 1만9천8백원>

김홍균(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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