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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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
  • 승인 2007.04.1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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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간 천둥이를 그리워하며

얼마 전 인터넷 뉴스로 천둥이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고, 얼마 되지 않아 천둥이의 사이버 분향소가 개설되면서 서울 경마 공원에 분향소가 설치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천둥이는 인간이 아닌 말이다. 그래서 말 한 마리 죽었는데 별 것 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천둥이는 바로 2006년에 개봉되어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각설탕>의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애완견 붐이 일면서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게 되었고, 이를 반영하듯 영화에도 동물들이 조연이나 단역이 아닌 당당한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그래서 2006년에만 말이 주인공이었던 <각설탕>을 비롯해서 개가 주인공이었던 <마음이>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제주도 목장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은(임수정)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말 천둥이를 보면서 엄마가 없는 자신의 모습과 무척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각별한 사랑을 보이며 같이 성장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천둥이는 다른 곳으로 팔려가게 되고, 기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시은은 아버지(박은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수학교에 들어간다. 얼마 후, 기수가 된 시은은 길거리에서 우연하게 천둥이를 만나게 되고, 경마장으로 데리고 와서 조교사(유오성)의 도움으로 경주마로 재탄생시킨다.

<각설탕>은 얼핏 보면 마사회 홍보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경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평소에 우리가 알 수 없었던 기수들의 애환과 마방(馬房) 등을 보여주면서 지금까지 도박이라는 개념에서 경마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그 이면을 소개해주는데 충실한 편이다. 하지만 <각설탕>은 인간과 말의 따뜻한 교감을 통해 점차 가족이 해체되어 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얘기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동물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방법이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시점에서 <각설탕>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임수정과 천둥이가 주연으로 나서며 개봉 당시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각설탕>은 같은 해에 개봉되었던 <드리머>와 비슷한 내용으로 약간의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한국적 상황에 맞게 표현되면서 그 논란을 불식시켰고, 한 때 남우주연상 후보에 천둥이가 올라가야 한다고 할 정도로 다른 인간 배우들보다 더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던 천둥이가 돋보인 영화였다. 비록 지금은 영화처럼 천둥이는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각설탕>의 천둥이는 영원히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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