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57話·下] 손낙원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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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57話·下] 손낙원 경희대 한의대 교수
  • 승인 2007.04.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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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이론 검증, 타학문 손잡고 가야 할 길”

해부학이 교실로 인정받지 못한 관계로 여전히 혼자 강의하고, 연구하는 생활은 지속됐다. 그러던 중 평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뇌연구 영역에서 9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Functional Image’ 기술이 그의 관심을 잡아끌었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이 기술은 신체의 기능에 따라 뇌가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곧 신체의 구조-기능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도구로 사용됐다.
대상을 넓혀서 내부장기 기능의 변화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한의학에서 사용되는 한·열·허·실 등의 개념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교수는 뇌연구 분야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의료원장을 찾아갔다. 병원에서 의대 교수들에게 연수를 지원하는 것은 상례화 돼 있지만, 한의대 임상 교수의 해외 연수는 거의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 기초학 교수인 손 교수는 ‘한의학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공부를 해야겠으니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져, 1995~199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신경과학교실 뇌질환연구센터에서 교환교수 시절을 보내게 됐다.

■ 학교에 기초의학연구센터 건립 제안

이 시절, 그는 연구방법론을 배워가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 한의학 연구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새로운 생각이 자리잡았다.
“당시 한의계에도 연구를 해야한다는 인식이 정착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한의계 독자적으로만 연구를 할 것이 아니라 주변학문과 어우러져 연구해야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게 됐습니다.”
한의학을 알리기 위해서는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쓰여진 논문이 필요하고, 또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타 학문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다 보면 소통의 범위는 넓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을 안고 귀국 후, 98년 손 교수는 학교 측에 기초의학연구센터 설립을 건의했다. 연구인력, 조직, 체계, 기금을 조성해 연구를 조직적으로 해야 한다는 기획을 제안한 것이다.
당시 경희대는 99년에 개교 50주년을 맞이하게 됐고, 정부에서 BK21사업이 추진될 예정이었던 터라 학교에서 마침 손 교수의 제안이 좋은 기획으로 받아들여졌다.

■ SCI급 논문 생산 독려

정부의 BK21사업에 선정되었고, 이에 99년 동서의학대학원으로 적을 옮긴 손 교수는 교학부장, 의과학과 학과장을 거쳐 지난 1월까지는 원장보 등을 역임하며 연구조직을 갖추어 가리라는 그의 구상을 추진해 왔다.
지금은 한의대 교수들도 SCI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연구한다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동서의학대학원을 만들 당시 교수들의 성과를 평가할 때 그 기준을 SCI논문만 적용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한의대에서 SCI논문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논문을 게재했던 교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과 비교해 보면 한의학 연구에도 뚜렷한 변화가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라고 했다.

■ “이론검증에 초점 맞춰야”

한의학 연구의 선두 주자였던 그의 역할은 한의학 연구를 위한 환경을 위해 행정, 기획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연구자로서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도 하다고 했다.
지금 ‘한의학을 검증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론은 무엇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손 교수는 ‘없다’고 답했다.
“한가지 방법론으로 한의학을 명쾌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특히 주목할 점은 한의계가 아니라, 과학계에서 메인스트림이라고 불리는 영역에서의 연구 결과들이 한의학의 기본이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런 것들이 함께 나갈 때 한의학 검증이 명쾌하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그는 컬럼비아 의대 토마스 제셀 박사의 한 논문을 소개했다. 뇌발달에 관한 연구를 정리한 이 리뷰논문의 결론은 ‘최소한 발생단계에서, 뼈와 신장과 뇌는 같은 것이다’ 였다.
“이것은 ‘腦髓, 骨髓, 腎’의 상관성을 설명한 한의학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연구결과라고 생각되며, 이런 것들이 한의학을 검증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편적인 연구로 승부내릴 수 없다는 것이며, 다양한 학문과 방법론이 동원되면서 가능해진다는 것.
하지만 그는 한의학 연구방법론에 있어 꼭 짚어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한의학의 이론을 검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지금 그는 중풍의 생리병리적 기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연구목표는 ‘구체적인 어떤 한 처방의 효과에 대한 연구에서 나아가 活血, 理氣, 通腑, 瀉下 한다는 등의 그러한 처방을 사용하는 한의학적 이론근거를 어떻게 실험적으로 증명해 볼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신경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보다 광범위한 신체기능의 조절작용이 체액대사 및 뇌혈류 조절, 신경세포의 에너지대사 조절 등을 통하여 뇌의 생리병리적 환경을 변화시키고 이러한 변화가 신경세포의 생존과 사망에 유익한 결과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가설이라고 설명한다.

한의학 이론을 검증하고 이에 맞추어 약물의 기전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한 한의학 연구방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의 바람은 한의학이 기능적인 단계와 더불어 해부학적 구조적인 설명을 해줌으로써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의학으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한의학이 그런 의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더불어 한의사들에게 꼭 필요하고 적합한 해부학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단다.

손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연극동아리 고도극회의 지도교수로 있다. 사실 그는 올해가 창립 30주년인 고도극회의 창립주도자이기도 한 재주꾼이다. 학생들이 이해하고 기억하기 쉽도록 수업시간을 한편의 연극 플롯처럼 머릿속으로 그리고 강의한다고 귀뜸하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모습이 학생들에게 신뢰를 받는 비결인듯 싶다.
그동안 행정·기획 업무에 집중했다면, 내년 안식년을 준비하는 그는 다시 돌아오는 10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준비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끝>

수원 = 민족의학신문 오진아 기자 ojina@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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