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과 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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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과 군수
  • 승인 2007.03.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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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과 군수로 다시 만난 친구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옛 친구를 찾느라 바빴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덕분에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초등학교 친구들이나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러한 만남은 오프라인으로까지 연결되었다. 이후 미니 홈피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친구들 간의 만남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무조건 반가운 것은 아니다. 나의 사회적인 지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그들이 반가울 수도 있고, 반갑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초등학교 때 늘 반장이었던 친구는 시골 이장이 되어 있고, 반장도 못했던 친구가 군수가 되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바로 <이장과 군수>는 이런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한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며 고향을 지키는 춘삼(차승원)은 동네 어른들의 권유로 이장직을 맡게 되고, 초등학교 동창인 대규(유해진)는 지방선거에서 군수로 당선된다. 이후 춘삼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를 찾아간다. 대규는 춘삼을 무시하지만 옛 정을 생각해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하지만 곧 대규는 경쟁력 있는 군을 만들기 위해 방폐장 유치에 앞장서지만 지역 유지인 백사장(변희봉)과 전 군수 등의 집요한 방해를 받게 된다. 백사장은 춘삼이 대규의 친구인 점을 악용해 방폐장 유치 반대 위원회 위원장을 맡기게 된다.

<선생 김봉두>와 <여선생 VS 여제자> 등의 영화를 통해 현실감 있는 내용과 웃음을 적절히 표현했던 장규성 감독의 <이장과 군수>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대도시가 아닌 농촌을 배경으로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3년 만에 코미디로 다시 돌아온 차승원이 <선생 김봉두> 이후 장규성 감독과 다시 뭉치면서 과장 된 듯 하면서도 리얼한 연기를 선 보이고 있으며, 외모와 다르게 바른 생활의 군수 역을 맡으며 첫 주연을 하게 된 유해진의 능청스러움이 잘 버무려지고 있다. 그리고 유해진의 아역과 엄마 역을 맡은 전원주가 서로 닮은꼴이라는 점도 이 영화에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예고편부터 두 배우들의 인생을 라이벌처럼 표현하면서 기대감을 보여줬던 <이장과 군수>는 아쉽게도 이 영화를 단순하게 웃기는 라이벌 친구들의 대결 정도로만 생각해서 본다면 뭔가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 전북 부안 지역에서 있었던 방폐장 유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단지 친구에게 딴지를 걸기 위해 유치 반대 위원장이 되어 시위 현장에 나서는 춘삼과 지역개발을 위해 방폐장 유치를 선택한 군수의 입장을 단순한 논리로 표현하면서 두 친구의 라이벌 대결 구도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다. 그로인해 이들의 행동들을 보며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는 애매모호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물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화장실 유머와 패러디를 중간 중간 배치하고 있지만 오히려 억지웃음을 이끄는 요소가 되어 버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이장과 군수>를 통해 현실·정치 풍자 코미디의 한계를 엿볼 수 있어 아쉽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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