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29] 甘藷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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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29] 甘藷譜
  • 승인 2007.03.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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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에 효자 노릇, 救荒食 고구마

한반도에 고구마를 처음 들여온 것은 1763년 일본에 朝鮮通信使의 正使로 파견되었던 趙엄(1719~1777)에 의해서이다. 사행길에 오른 그는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처음 보고 춘궁기를 견뎌낼 수 있는 좋은 구황작물이라 여겼다. 그는 종자를 구해 먼저 부산포로 가는 배편에 실어 보낸 뒤에 사행 도중에 틈틈이 고구마의 재배, 보관, 증식법 등을 일일이 탐문하여 기록하였으며, 이러한 사실은 그의 기행문인 『海사日記』에 자세히 전한다.

당시 부산진 첨사로 있었던 李應爀은 조엄이 보낸 종자를 받아 이듬해 봄 절영도(지금의 영도)의 야산에 심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고구마 재배의 시작이었다. 그 후 조엄이 귀국하면서 다시 가져온 종자는 동래부사 姜必履에게 전달되었고 그는 두 차례에 걸친 시험재배 끝에 1766년 자신의 경험과 새로 터득한 재배기술을 덧붙여 『姜氏甘藷譜』를 지었는데, 그 원본은 일찍이 散帙되었던 듯 후대의 문헌에 인용된 흔적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뒷날 강필리의 동생 강필교가 내용을 보충하여 다시 편집한 『甘藷譜』가 전해지는데, 그 서문에 “……『군芳譜』, 『倭漢三才圖繪』와 伯氏가 남긴 遺錄을 참조하여 책을 만들었다.”고 밝혀놓았다.

본서는 총 2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문과 범례에 이어 본문은 故實考, 續錄考, 記聞考, 驗試考 및 권말부록의 5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故實考에서는 『군芳譜』를 위주로 『삼재도회』를 참조하여 이 책을 지었다는 출전을 밝혀 놓았다. 續錄考에는 강필리가 倭語驛館을 통해 구한 감저종식법을 小譜로 꾸며 여러 곳에 전파한 사실과 그의 評斷이 실려 있으며, 여기에 동생인 강필교가 原譜에 주해를 붙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記聞考는 여기저기서 전해들은 얘기가 많기 때문에 간혹 착오가 있는 것이 많으므로 비슷한 내용을 모아 참조해 볼 수 있도록 편집한 것이다. 驗試考는 강필리가 동래부에 부임하여 고구마를 종식한 이후 2년 동안 시험하여 얻은 결과를 토대로 ‘심기에 적당한 땅[種宜某土]’과 적절한 저장 방법[藏宜某法] 등 8개 항목을 서술해 놓았다. 끝으로 권말부록에는 ‘下種宜土’와 ‘藏種藷法’이 기록되어 있지만 어리석은 백성들이 일일이 깨우치기 어려울까봐 특별히 국한문을 혼용하여 읽어보기 쉽게 해놓았다.

고구마란 이름은 여러 가지 이설이 있지만 대략 일본에서 ‘孝子麻’란 이름의 일본식 발음인 ‘고우시마’를 採音하여 ‘古貴麻’라 적은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조엄의 『海사日記』에도 “名曰甘藷, 或謂孝子麻, 日音古貴爲麻”라고 적혀 있으며, 이 ‘고우시마’가 ‘고귀마’, ‘고구마’로 변음되어 전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규경에 의하면 馬鈴薯(감자)가 들어온 이후 19세기 중반 고구마는 ‘南藷’, 감자는 ‘北藷’로 불리웠다고 한다. 두 가지가 한반도 남부와 북부의 대표적 서류작물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고구마의 효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다소 과장된 듯한 일화가 전해진다. 저자가 이 책을 쓰던 해 여름, 경성에서 정읍사는 진사 辛性修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가 하는 말이 전라도 부안에 사는 80세 노인이 평소 곱추병을 앓았는데, 감저 종자를 구해 몇 달 복용한 뒤 병이 나았을 뿐만 아니라 양기가 좋아져 부인을 가까이 할 정도가 되었다. 이 소문이 사방에 퍼지자 사람들이 앞 다투어 고구마를 구하게 되니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도 이것을 심으려고 種植方을 구했는데, 강필교가 그 사본을 빌려보니 다름 아닌 자신의 형, 강필리가 지은 『감저보』였다는 사연이다.

또한 1766년 議藥同參廳 의관 柳重臨이 지은 『增補山林經濟』에도 ‘甘藷種植法’이 실려 있는데, 기술한 내용이 매우 상세하여 강필리의 『감저보』와 중국문헌인 『農政大全』 등을 참고하여 고구마 육종서를 집대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도 고구마를 널리 재배하여 청이나 왜인만이 그 이로움을 獨專하지 않게 하자는 주장은 오늘날 국제무역협상에서도 국익을 추구하는 당연한 자세가 아닐까?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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