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23 (The Number 23)
상태바
넘버 23 (The Number 23)
  • 승인 2007.03.23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숫자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광기

사람들은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숫자와 연관되어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 성인이 되면서 그 숫자의 활용 범위는 많아지게 되고, 어느덧 숫자에 지배당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에게 부여된 숫자 중에 우연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치 자신의 분신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고, 매주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로또 번호로 직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숫자로 인해 우리의 삶이 다양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오직 한 숫자에만 집착한다면 아마 미쳐버리지 않을까? 바로 <넘버 23>은 23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물구조단에서 일하는 월터(짐 캐리)는 떠돌이 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다. 하지만 월터는 개에게 팔을 물리게 되면서 아내(버지니아 매드슨)와의 약속에 늦게 된다. 그리고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서점에서 <넘버 23>이라는 소설을 사게 된다. 월터는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되고 소설에 등장하는 핑거링 형사가 자신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소설에 집중하게 된다.

코미디 전문 배우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코미디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연기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짐 캐리가 나약한 모습의 월터와 광기에 휩싸이는 핑거링 형사 등 1인 2역을 소화해낸 <넘버 23>은 숫자에 숨겨진 다양한 의미를 전달해 주며 평소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었던 숫자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리고 현실과 소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다가 서서히 그 경계를 무너뜨리며 관객들에게 소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결말 채우기 게임을 벌인다.

하지만 모든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가 그렇듯 ‘누가 범인인가’라는 결말을 강조하다보면 억지로 짜 맞추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나타날 때가 있는데 <넘버 23> 역시 숫자를 강조하다가 전체적인 디테일과 균형감을 잃고 급박하게 결말로 치닫는 오류를 답습한다.
<타임 투 킬>과 <오페라의 유령> 등을 연출한 조엘 슈마허 감독의 장르를 뛰어 넘는 연출력이 돋보이지만 서서히 조여 오는 서스펜스와 스릴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관객들의 뒷머리를 시원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반전 결말에 대한 부담감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짐 캐리뿐만 아니라 모든 연기자들이 현실과 소설 속 인물을 1인 2역하면서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들을 표현하는 것과 앞뒤 상황을 떠나서 단순히 범인 찾기에 몰두해서 보기보다는 숫자 23에 집착한 나머지 광기에 사로잡히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나와 관련된 숫자들이나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 숫자들에 어떠한 공통점이 있는지 찾으면서 영화를 본다면 훨씬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