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육성법 제정에 따라 마련된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종합계획’에 의해 2010년까지 한약 공정서에 수재돼 있는 520종 모든 한약재를 한약제조업소에서만 제조토록하고, 정밀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나 한약관련 업계나 시장이 과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가고 있느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해 11월 한약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품목을 69종에서 159종으로 확대했고, 식약청은 올해 안에 정밀검사 대상 한약재를 94종에서 184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2007년도 주요업무보고’를 통해 “저질수입한약재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통관 전 관리체계와 검사기준 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잔류이산화황 검사대상 품목 확대 및 광물성 한약제제의 개별중금속 기준 등 한약의 유해물질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약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이를 반대할 곳은 없으나 문제는 곳곳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투성이인데 기준만 높인다고 품질이 향상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똑같은 품질의 한약재라도 각종 검사를 마쳐 정부가 요구하는 규격품으로 제조된 한약재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 약재와 가격경쟁에서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다”며 “비정상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통로는 관리를 하지 않은 채 규정만 강화하는 것은 법을 지키고자하는 건전한 업체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관리는 과거와 별 차이가 없는 데 기준만 강화하면 시중에는 불법·불량 한약재가 더 많아질 수도 있어 한의약에 대한 불신만 높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한약제조협회 심형섭 회장은 “실험시설을 갖춘 제조업체가 20곳도 채 되지 않고, 영세한 제조업체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약재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업계가 정부의 방침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품목의 한약재가 식품으로 수입돼 원료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적발돼도 ‘부정의약품’이 아닌 ‘식품에 관한 행정처분’으로 약 3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또 기준에 맞지 않는 한약재를 유통하다가 적발돼도 대부분 해당 품목 취급·제조 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는 것이 고작이고, 편법을 동원하면 영업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얼마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업체를 설립할 수 있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업체 이름이 알려진 곳을 제외하고는 폐업과 재창업에 대해 그다지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장구조의 개선 없이 기준과 규정만의 강화로는 한약재의 품질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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