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개정안 루비콘 강 건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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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개정안 루비콘 강 건넜나?
  • 승인 2007.02.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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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개정안 입법예고로 한의협 시험대 올라

의료법개정을 둘러싼 한의협중앙집행부와 지부장 간의 갈등은 수습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것인가?
한의계가 독소조항으로 꼽는 유사의료행위 인정, 의료행위의 정의, 비급여 할인·면제 허용 등의 조항이 삭제되지 않은 채 지난 24일자로 의료법개정안이 입법예고돼 일선한의사들의 시선은 한의협 중앙회장과 지부장의 대응방식에 쏠리고 있다.

일선한의사들의 불안감은 의협이 전면 거부 입장을 천명한 이래 한의협과 공동보조를 맞추던 치협이 거부 입장으로 돌아섰고,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소비자단체마저 의료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함에 따라 한의협 내부에서 의견충돌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한의계 내부의 균열은 6개 시·도 한의사회장이 지난 2월 11일 의협 주최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의료법 개악 저지 궐기대회에 참가한 데서 비롯됐다. 6개 시·도 지부장들은 전날 전국시도지부장협의회에서 채택한 의료법 전면 재검토 주장을 발표, 비판적 수용 방침을 정한 한의협중앙회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서울시한의사회도 일선의 여론에 밀려 강도 높은 성명서를 채택, “의료법개정 저지에 사생결단의 자세로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박상흠 서울시한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사의료행위가 삭제될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지만 입법예고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행동을 입법예고 이후로 미루는 것은 안일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성명서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시도 한의사회와 일선한의사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한의협은 여전히 비판적 수용론을 견지했다. 시도 한의사회장의 잇따른 성명 뒤 나온 엄종희 한의협 회장의 담화문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 회장은 담화문에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집행부가 총 사퇴한다는 각오로 싸울 것을 천명, 정부와 협상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엄 회장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2월 15일 열린 전국이사회에서도 개진됐다. 전국이사회에서는 표결을 통해 한의협의 입장을 결정하자는 중앙이사의 주장에 대해 수적 열세에 있는 지부장이 퇴장하는 등 갈등이 표출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부와 협상의 틀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종희 회장 중심의 협상론은 정부의 의료법개정안이 확연한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이 환자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의료인으로서 한의사의 위상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고, 시장원리가 강조되는 속에서도 준비만 잘하면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엄 회장과 시도한의사회장·한의사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의협과의 공조 여부다. 시도한의사회장이 의협과의 공조를 통해 의료법의 전면 거부하자는 입장인 데 반해 엄 회장은 의협과 이해가 달라 피해를 볼 수도 있으므로 독자적인 길로 가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부장들은 한의협이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독소조항을 삭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인수 경북한의사회장은 “의견서 제출은 일부 조항을 빼고 나머지는 동의한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한의협 전임이사는 “국회보건복지위의 인적 구성상 정부안의 통과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

37대 집행부가 과연 의료법개정안의 파고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운명의 순간은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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