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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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 승인 2007.02.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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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삶은 어떤 모습인가?

2006년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키워드 중에 ‘된장녀’라는 것이 있었다. 외국 TV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명품 옷을 입고, 명품 액세서리를 하고, 외국계 커피 체인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즐겨 먹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로 한 때 인터넷에서 찬반 논쟁이 붙을 만큼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었었다. 최근에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된장 부인’이라는 제목으로 코미디가 나올 정도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 명품족들은 흔한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힘들다고 하지만 명품 판매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뉴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명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고가의 사치품들은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유행처럼 뿌리내리면서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행과 맞물려 작년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는 일단 제목에서부터 명품 브랜드를 내세우며 젊은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영화 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명품 옷과 액세서리 같은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한껏 눈요기를 시켜주기도 한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필자에게는 영화 속 명품들이 그저 한낱 똑같은 옷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명품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평소 명품에 대한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그 점에서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뉴욕에 온 앤디(앤 해서웨이)는 이력서를 여러 군데에 넣었지만 유일하게 연락이 온 잡지사인 ‘런어웨이’에 취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맡은 일은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말단 비서로 갖가지 궂은일을 처리해야 되는 것이다. 얼음 같이 차가운 편집장의 일을 하면서 평소 털털한 복장을 즐겨 입던 앤디는 나이젤(스탠리 투치)의 조언과 더불어 점차 명품족으로 거듭나게 되고,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지만 과연 이것이 진정한 성공인가에 대해 갈등하게 된다.

언제나 명품 옷을 입을 수 있고,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나 멋진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다는 천상 같은 회사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분명히 그 안에는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실패하는 사람도 있는데 과연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원작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화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관객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포장이냐, 아니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정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냐라는 갈림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나의 결정’일 뿐이다. 편집장 미란다가 했다는 말처럼 ‘플랜 B는 없다. 오직 플랜 A만 있다’를 생각하면서 내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과 결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빠른 이야기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 메릴 스트립의 더할 나위 없는 연기들이 수많은 볼거리와 더불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숨 쉴 틈 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일을 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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