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개정안, 입안 절차상 문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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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개정안, 입안 절차상 문제 수두룩”
  • 승인 2007.02.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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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의 법 개정 불구, 회의 하루 전 자료 전달
복지부, ‘합의된 부분만 확정’ 약속 뒤집어 비난 자초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의료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보건복지부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법개정이 34년만에 이루어지는 전면적인 개편작업인데도 그 중요성과 미치는 효과에 비해 예상되는 문제를 시간을 갖고 꼼꼼하게 챙기지 않고 조급하게 개정안 완성을 서두른 나머지 형식적인 동의를 구하는 데 머물렀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600호 주요뉴스란 정책 참조>

보건복지부는 의료법개정 실무작업반의 구성과 운영부터 무리수를 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21명이 참가한 첫 회의에서 정부측에서는 팀장급 7명이 참석한 데 비해 의료계는 단체별로 법제이사 1명과 담당직원 1명만이 참석(2차회의부터 법제이사 1명씩만 참석), 대조를 이뤘다. 이마저도 의협은 집행부 불신임문제로 2차 회의까지 주무국장이 참석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더우기 시민단체 대표 2명과 전문가 대표 2명은 정부의 입장에 매우 호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반면 의료단체는 전반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으며, 설사 의견을 내도 다수의 목소리에 묻혔다.

실제로 정부가 의료법개정 실무작업반을 구성한 뒤 녹색소비자연대가 주도해 만든 ‘1차 소비자를 위한 의료법개정 준비 포럼’ 위원 중 3명과 실무자 등 4명이 실무작업반의 시민단체와 전문가 대표로 참여해 숫자나 전문성 측면에서 정부가 의료단체를 압도했다.
심지어 의료단체 대표들은 회의자료를 회의가 열리기 하루, 이틀 전에야 전달받아 검토할 여유도 없이 다음날 허겁지겁 회의에 참석함으로써 충분한 의견을 집약하기조차 어려웠다.

대표들의 의견수렴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보건복지부는 10여차례의 회의를 거쳐 개정안 시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합의에 의한 의견도출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무작업반을 이끈 임종규 팀장(의료정책팀)은 “쟁점사항에 대하여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제외할 예정이며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에 대하여만 안으로 확정할 예정”이라면서 “이견이 있는 사항은 현행 법령의 규정대로 존치시킬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소수 이해단체가 주장한 내용에 불과한데도 의료단체가 합의하지 않거나 분명히 반대한 조항들을 마치 합의한 것인 양 의료법개정시안으로 발표, 의료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단체는 의료단체의 반대에 관계없이 의료행위의 정의에서 ‘투약’이나 ‘조제’를 뺀 채 의료행위의 정의를 소수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유사의료행위 조항의 신설 필요성도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이전의 포럼에서 유사의료업자의 양성화에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와 같이 의료법은 의료인의 영역에서 약의 권리는 약사에게, 진단은 간호사에게, 위험성이 없는 행위는 유사의료업자에게 떼어줌으로써 의료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신장시킨다는 이유로 의료인의 의무조항을 잔뜩 늘려놓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의료인의 권리 축소는 소비자의 권익을 신장시킨다는 측면에서 그래도 양보의 여지가 있지만 의료를 상업화시키는 조항들은 의료계가 양보해야 할 어떤 명분도 주지 못했다. 의료광고의 허용,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허용, 비급여 의료비의 공시, 유인·알선행위 허용, 프리랜서의사 허용, 병원의 의원급 개설과 의료인 상호고용 허용, 병원의 세분화 등은 병원의 경영을 도울 뿐 의원급 의료기관을 고사시키는 조항으로 비난이 들끓고 있다.

이런 조항들은 대부분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을 법제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의료계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의협은 “의사 죽이기의 최종 완결판”이라면서 의료법 개악 저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했던 치의계도 돌아섰으며, 한의계도 지지를 철회하기 일보직전에 다다랐다.

최방섭 개원한의사협의회장은 “의료인의 창의적 행위를 제약하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개정의료법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면서 “전면재논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계의 전면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국회답변을 통해 의료법개정안을 계속 밀고 나간다는 입장을 내보였지만 최종적인 방침은 입법예고 예정일로 잡힌 이달 20일이 지나봐야 정확한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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