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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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가의 기적
  • 승인 2007.02.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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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꿈꾸는 사람들의 따뜻한 드라마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코미디라는 장르로 표현해 내면서 독특한 영화 세계를 선보였던 윤제균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인 <1번가의 기적>은 재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여있는 산동네를 배경으로 하면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작은 희망이나마 잃지 않고 꿈꾸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는 영화다.

재개발을 위해 철거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임무를 안고 필제(임창정)는 1번가 마을을 찾는다. 그러나 마을 입구부터 동네 꼬마인 일동(박창익)과 이순(박유선)을 만나고 여자 복서인 명란(하지원)을 만나게 되면서 필제의 계획은 점차 꼬이게 된다. 또한 다단계 회사에 취직한 선주(강예원)는 자판기 사업을 하고 있는 태석을 만나게 되지만 1번가에 산다는 것을 숨기게 된다.

최근 TV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 중에 꼭 한 사람 이상은 재벌 아니면 엄청나게 잘 사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래서 이러한 드라마를 보는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매우 잘 사는 나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약간 걱정스러울 때도 있는데 <1번가의 기적>에서는 드라마에서 늘 보여지던 잘 사는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비가 오면 지붕이 새는 집에서 살고, 리어카로 폐지 줍고, 하루 동안 번 동전들을 돼지 저금통에 넣는 사람 같이 우리 서민들의 현실적인 모습들이 등장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사람 냄새나는 영화를 보여준다. 또한 이미 <색즉시공>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 하지원 콤비의 연기호흡은 너무나 자연스러우며, 복서 역할을 한 하지원의 연기가 돋보인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썼던 작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1번가의 기적> 역시 다양한 캐릭터들의 모습을 과거와 현재 또는 교차적으로 연결하여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임창정과 하지원, 이훈과 강예원 두 축으로 나뉘어지는 이야기와 동네 꼬마들 사이의 이야기 등이 복잡하게 섞이면서 주인공의 개념이 없어지게 되어 약간 산만한 영화가 되고 있으며, 제목으로 인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은 전체적인 영화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꼬마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와 감독 특유의 웃음과 눈물이 절묘하게 섞이는 연출력 등으로 충분히 커버가 되면서 영화가 다 끝난 후에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설 연휴를 보내고 본격적으로 봄을 맞이하는 시기에 훈훈하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보면서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것도 좋은 봄맞이의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2월 14일 개봉)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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