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24] 西厓道人鍼灸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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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24] 西厓道人鍼灸訣
  • 승인 2007.02.0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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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풀지 못한 養生의 바람

임진전쟁 중에 國相을 지냈던 西厓 柳成龍(1542~1607)이 逝世한지 400돌을 맞이하여, 서애의 사상과 업적을 조명하는 추모사업을 전개한다고 한다. 서애가 지은 『침구요결』(35회 의학입문의 선구적 연구 - 2000. 6. 19일자) 혹은 『침경요결』(240회 병난에 대비한 유서애의 침구징비록 - 2005. 4. 8일자)에 대해서는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도 국역이 이루어지지 않아 독자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마침 『침경요결』의 내용과 의학사상을 물어오는 취재진의 요청이 있어 이참에 한 번 더 서애의 의학관과 저술을 살펴보고자 自序끝에 적힌 아호를 덧붙여 제호를 만들어 붙였다. 서애 외에도 雲巖이란 호를 사용했지만 西厓道人이라 표방한 것은 여기 뿐인 것 같다.

학자로서 그는 『서애집』과 『징비록』을 포함 43권 분량의 방대한 문집을 남겼으며, 여러 분야에 걸쳐 30종에 가까운 많은 저술을 집필하였다. 그는 종전 후 향리에 내려와 지내면서 젊어서 몇 년을 두고 탐독해 왔던 明나라의 李천이 지은 『醫學入門』에 다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이중 침구편을 도해식으로 정리하여 『침경요결』을 만들고 변증진맥에 관한 부분을 내상과 외감편으로 나누어 『醫學辨證指南』 2권을 저술하였다. 한때 이 두 가지 책 모두 사라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다행이도 후손이 종가의 문서궤짝 속에서 원고를 찾아내어 1901년에 『침구요결』이 복간되었다. 그런데 근년에 이르러 역시 후손으로부터 『침경요결』과 책을 인출한 板木이 한꺼번에 국학진흥원에 기탁되어 화제가 되었다. 이제와 추고해 보니 李仁榮의 『淸芬室書目』에 이미 初刊의 목판본이 소개되어 있어 후인들의 무심함을 탓할 수 밖에 없다.

두 책은 서명과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인 체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서문을 통해 한 나라 최고의 재상을 지낸 이가 왜 침구서를 짓게 되었는지 집필동기를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애초에는 자신의 신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나 점차 나아가 의학의 도를 천지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三才의 지극한 도리로 파악하고 실천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그가 중원에서 입수해온 『의학입문』은 醫經의 원리에 충실하고 여러 의가의 학설을 절충한 훌륭한 책이지만 용약치방에 있어서는 複雜多端하여 자유자재로 응용하기 어려웠다. 그중 침구편을 경락과 주치별로 나누고 침을 놓을 줄 아는 동네 사람을 시켜 사용케 해보았더니 제법 효험이 있는지라 아예 穴名 아래 경혈의 위치와 치법, 침구심도를 기술하여 찾아보기 쉽게 고안하였다. 아울러 한글로 바꾸어 다시 찍어낸다면 비록 배움이 짧은 부녀자가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피력하였다. 그는 침의 효과에 대해서 침 끝이 비록 털 까끄라기처럼 가늘다지만 마차바퀴를 굴리듯이 원기를 생겨난다고 천명하였다.

이밖에도 문집 속에는 의학 관련 내용이 심심치 않게 눈에 보이는데, 두 가지 의서의 서문 말고도 「書延壽書後」(1599년작), 「遠志精舍記」(1578년작), 「養生戒」 등의 글이 있다. 처음 것은 역시 하회촌에 은퇴하여 지내던 중 慶山縣令 李浚이 찾아와 쇠약해진 선생을 보고 집안에 소장하고 있던 延壽書를 謄寫하여 보내주자 이에 응답하여 쓴 글이다. 이 책은 섭생과 양생법을 모아놓은 것으로 李鵬飛의 『三元延壽書』로 여겨진다. 두 번째 글 역시 심신수양과 관련이 깊은 글로써 고향집 북쪽 숲 속에 5간 집을 짓고 손수 편액을 걸었는데, 遠志란 약초로 심기를 다스리는데 몇 년 동안 앓을 때마다 원지를 달여 먹고 효험을 보았으니 그 공을 잊지 않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글 역시 음식을 절제하고 嗜慾을 줄여 養生하는 경계로 삼고자 했던 것으로 한평생 격무와 병고에 시달렸던 선생의 삶의 철학의 배어있다 하겠다. 일찍이 훈련도감 제조가 되어 『紀效新書』를 언해한 바 있었던 서애이건만 그의 유작이 생전의 바람과 달리 국역되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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