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한의사, “비판적 수용은 전략적 실수” 불만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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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한의사, “비판적 수용은 전략적 실수” 불만 속출
  • 승인 2007.02.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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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한의사, “비판적 수용은 전략적 실수” 불만 속출
“의료법개정안 한의사에 유리한 것 없다” 전면반대론도
의료행위, 유사의료행위, 비급여 할인 조항 등 삭제 요구

정부가 발표한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한의협의 수용적 입장은 잘못이라는 일선한의사들의 주장이 나와 한의협의 전략의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의료법개정안에 대한 한의협의 입장은 ‘보건복지부 최종시안 중 4조 의료행위의 정의 조항과 122조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조항이 삭제되는 전제하에 시간의 조급성과 각 의료단체와의 미합의 등의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수용을 견지한다’는 지난달 28일 중앙이사회의 결정에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한의협의 이런 태도는 의료법개정안 중 일부의 문제조항을 제외하고는 한의계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한의사의 직역이 전문병원, 요양병원 등 특수기능병원으로 확대되고 한의사가 명실상부한 의료인의 위상을 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보수교육의 강화, 품위유지의 의무 조항이 신설되고, 위반자에 대해 징계를 의뢰할 수 있는 권한을 협회에 준 점도 의료법개정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요인이다.

아울러 협진의료기관에서 의원급이 제외되는 등 한의협이 요구한 내용이 최종시안에 반영된 점도 의료법개정안에 호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일조했다. 다소 미흡하지만 잘만 하면 한의학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런 한의협의 기본 입장에 따라 한의협은 협상의 주도적 책임을 대한의사협회에 일임한 채 의료법 개정국면에서 뒤로 한발 물러나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의계가 의료법개정안에 수용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전면반대 입장을 취한 단체는 보건의료계 중 의협이 유일한 단체로 남게 됐다. 이런 역학관계상 보건복지부는 11일까지 의협과 조율에 실패할 경우 정부안을 확정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의료법개정안 확정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 한의계 일부에서 의료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심지어는 전면반대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몇몇 지부는 의사회와 공동으로 반대성명을 낸 바 있으며, 한의사들도 개별적으로 의료법개정안은 의료인을 통제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전면반대의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고 한의협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의사에게 유리한 것이라고는 한의사도 특수기능병원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과 일부 의료인 보호조항 정도일 뿐 나머지는 한의사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수혜자라면 간호사, 약사, 유사의료업자이지 한의사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개정안 자체가 소비자의 편의와 병원자본의 경영 개선을 도모했기 때문에 양의사건 한의사건 의료인에게는 불리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의사는 의료행위의 정의(안 제4조)에서 ‘투약’이 제외됨으로써 한약에 대한 권리가 한약사에게 넘어가고, 또한 유사의료행위 인정(안 제122조)으로 인해 유사한방의료행위를 해도 처벌할 수 없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칫 잘못하면 침은 피부미용실과 수지침업자로, 뜸은 뜸방으로, 추나는 카이로프랙틱사에게로 넘어갈 우려를 떠 앉게 됐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비급여비용에 대한 할인․면제행위를 허용하는 조항(안 제67조)도 한의계도 독소조항으로 거론됐다. 이 조항이 그대로 확정되면 한의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의계 내부가 치명적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병원경영지원회사(MSO)로 무장한 프랜차이즈한의원의 물량공세까지 더해지면 한방의료기관의 동반몰락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표준진료지침도 진료에 일부 도움도 되지만 제재의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의료인의 자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밖에 진료기록부 작성 의무, 보수교육 강화, 의료인단체 중앙회에 징계요구권 부여 조항 등도 의료인에 대한 부담만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지적됐다.

결국 의료법개정안은 소비자의 편의와 중소병원의 경영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의료인의 권리를 대폭 축소하고 의무만 강화시킨 내용이 주류를 이뤄 한의사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일선한의사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정부의 개정안 공식 발표이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의협의 침묵은 문제가 되는 4조와 122조를 제외하고는 실무작업반이 작성한 안에 한의계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반영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122조와 관련해서 ‘유사의료행위를 적극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적 통로를 만들도 있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자문변호사의 검토의견이 나온 터여서 한의협의 비판적 수용태도가 쉽게 철회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일선한의사들은 의료법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유사의료업자들의 독자개원과 의료의 상업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한의협의 태도가 안일하다고 질타했다.
모 지부장은 “당장 칼날이 날아오는데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 못하는 한의협이 답답하다”면서 “비판적 수용은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하고 “보건복지부가 의료단체와 협상시한으로 정한 11일까지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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