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기업 열전(10) - 대연제약·경방신약
상태바
한방기업 열전(10) - 대연제약·경방신약
  • 승인 2007.01.12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신의 지키기 위한 노력의 산물”
초재에서 시작한 순수한방제약사

서울에서 제2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인천광역시로 들어가는 초입의 남동공단은 이국적이라고 할 만큼 거리가 잘 정비돼 있다. 과거에는 조립금속업종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영상음향·정보·통신·의료·정밀·광학기계·전기전자·컴퓨터주변기기 등 첨단 벤처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공단’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는 제 모습 그대로를 보기 어렵다.

대연제약·경방신약(대표 김충환·47·사진)이 많은 유지비를 불구하고 이곳에 공장을 두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은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 즉, 한의사들이 언제라도 제조·생산시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회사는 언제라도 한의사들이 방문하면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족하고, 잘못된 점은 함께 개선해 나가자는 열린 마음을 갖고 공장을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한약재 시장 바뀔 것 확신

대연제약은 한약재를 만드는 곳이고, 경방신약은 보험급여 대상 한약제제와 OTC품목 한약을 만드는 회사이다.
대연제약이 만들어진 것은 1988년 구성된 ‘한약재 품질 및 유통관리 개선대책위원회’가 2년 만에 해체되고 1993년 ‘규격화추진대책위원회’가 재구성돼 운영되기 시작한 그 전해이다. 규격화제도가 필요하다는 데는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지만 시기와 방법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을 때였다.

지리적인 여건상 인천을 중심으로 했지만 매출 규모로 보면 잘나가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김충환 사장이 한약제조업체를 설립하게 된 동기는 아주 간단했다. 제조업소만이 한약재를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에 따른 손익계산도 있었지만, 농산물과 똑 같이 거래되는 한약재 시장이 언젠가는 바뀔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현실과는 차이가 있었다. 규격화제도가 시행됐지만 편법과 불법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비닐 포장을 한다는 것뿐이고 한약재 거래 형태가 달라진 것은 크게 없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그가 회사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거래해 왔던 한의사들과의 신의를 지켜야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고 그 믿음이 현재의 대연과 경방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고 있다.

■ “마음에 드는 보험약 만들어 봐”

1999년 9월 경방신약 창업은 김 사장의 한방의료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그대로 배어 있는 작품이다.
한약재를 보고 만지는 그였기 때문에 초재, 탕제의 효능과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한의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이 방식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한약이 대중들과 가장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부분인 보험급여 대상 한약제제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한약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원료부분에서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직접 한약재를 산지에서 매입하고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품질에서나 가격면에서 우위를 차지 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한약재와는 달리 양약의 제조기준에 맞춘 시험설비기준, KGMP 시설과 인력을 갖추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중간에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 때마다 ‘김 사장이 한 번 마음에 드는 보험약을 만들어봐’라는 가까이 지내는 연배 한의사분의 말을 되새기며 회사를 꾸려 나갔죠.” 김 사장은 과거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탄생한 경방신약은 현재 정우제약·한국신약·극동제약·한풍제약 등과 함께 한방제약의 10대 메이커에 꼽힌다. 그리고 OTC 품목으로 약국에서 판매되는 한약제제를 빼고 순수하게 한방의료기관으로 들어가는 보험약만을 놓고 볼 때는 두 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4년 기술신용보증기금 우량기술기업으로 선정됐고, 2005년에는 중소기업청 벤처기업 등록했으며 2006년에는 국세청으로부터 성실납세자 표창장 등을 수상한 바 있는 건실한 기업인 경방신약이 그리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반하사심탕 등 소화기용약과 소청룡탕 등 감기질환용약 등 OTC 품목의 한약제제를 생산하고 있지만 양약을 취급하는 다른 제약회사와 약국 영업에서 힘에 부치는 것이다.

■ “쯔무라 약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간한 ‘2005년 건강보험통게연보’에 따르면 2005년 한방건강보험 실적은 약 3천4백만건으로 2000년 2천2백만건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한방건강보험 급여 중에서 한방복합제제 56처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2005년도 1조86억원의 한방의료기관 급여실적 중 한약이 차지하는 것은 224억원에 불과하다.
한의사들이 보험약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약효 때문이겠지만 그 원인은 정률제에 묶여 있는 보험제도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20여년째 변동이 없는 급여 상한금액이 한약제제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김 사장은 “우리도 일본 쯔무라제약에서 만드는 한약제제와 같은 수준의 한약제제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단지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런 약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라고 말한다. 사업을 하는 사람입장에서 우수한 한약을 만들고 싶지만 소비가 따라줄지를 고민할 때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다.
대연·경방은 경원대 한의대 이영종 교수와 공동연구로 산사를 이용한 숙지황제조법을 개발해 낸데 이어 최근에는 한약제조시설을 더욱 보강해 약효가 우수한 한약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 =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