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주 칼럼] 서양의학에 대한 양 극단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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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주 칼럼] 서양의학에 대한 양 극단의 태도
  • 승인 2007.01.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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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의사들이 한의학에 대해 잘 모르면서 막연한 심증적 반감을 가지고 있다면, 한의사들의 서양의학에 대한 태도는 어떨까? 의사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거부감을 가지면서 무조건 폄하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면에 서양의학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의학의 치료 영역에 미리 한계를 그으면서 자기 비하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학문적 논쟁이나 이성적 접근 보다는 밑바닥에 깔린 이런 감성적 태도 때문에, 양자의 영역다툼, 밥그릇싸움이 더욱 치졸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의사들은 같은 의료인으로서 서양의학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걸까? 정답은 물론 “서양의학의 장점과 약점을 잘 알아서 환자 치료와 교육에 활용하는 것”일 것이다. 知彼知己면 百戰百勝이라는 말도 있듯이, 서양의학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이것은 방대한 서양의학 지식을 모두 섭렵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의사들도 자신의 전문과 영역이 아닌 부분은 잘 모르기 때문에 상호 문의나 진료의뢰를 하고, 전문 영역조차도 최신 지식을 계속 up-date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서양의학의, 의사들의 기본 관점과 사고방식, 한의학적 관점과 사고방식과의 차이를 우선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약물역동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많은 중립적인 의사들조차 왜 그렇게 양약과 한약의 병용을 꺼려하고 두려워하는지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어떤 연구와 대책이 필요한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병인을 직접 공격해서 제거하는 것을 치료로 생각하고, 그 기전까지 설명되어야만 만족하는 의사들의 사고방식을 깊이 이해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하면서 쓸데없는 논쟁과 비방을 하게 되는 일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학이 현재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취약점들 뿐 아니라, 미래의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서양의학은 외과적 수술에 뛰어나고, 여러 가지 검사와 기계를 이용한 정량적 평가와 예후 예측에 능하며 응급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것들은 한의사의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응급 상황에서 사람을 살려낼 수는 있지만,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은 가지고 있지 못하며, 한의학의 강점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응급처치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시 환자가 즉시 병원에 오더라도 최초 검사와 진단, 처치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병원급의 한방 의료기관에서 이 사이에 적극적으로 침 치료를 병행하면서 양방치료군과 치료 경과를 비교 연구하여 한의학의 치료 영역을 넓혀갈 미래를 그려 본다.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특별한 치료법도 없는 자가면역질환을 비롯한 많은 난치병들도 더 많은 한의학적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영역이다.

자신이 특화한 영역이나 주로 보는 질환군에 대해서는 좀더 정확한 최신 지식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환자보다도 잘 모르거나 낡은 지식으로 섣불리 잘못 이야기하면 (고혈압, 당뇨병에 대한 진단기준이나 양방 치료지침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이전 수치로 이야기하는 경우 등이 흔한 예이다), 그것이 한의학적 치료와는 무관한 비본질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의사로부터 무식하다는 비방을 당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상당히 많은 시간의 서양의학 교육을 받으면서도 많은 한의사들이 서양의학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가지기 보다는 양 극단의 태도를 왔다 갔다 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의대에서의 서양의학교육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좀더 고민해 보도록 하겠다.

필자 e-mail : young05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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