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제제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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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제제 남의 일 아니다”
  • 승인 2007.01.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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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심 개정, 현실과는 거리 멀고 한계 여전
한약이 양방약으로 바뀔 수도

제약을 위한 기본 조건이 되는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기준’(이하 안유심)에 한의계가 너무 무관심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고시한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해 한의사협회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제 한의계도 한약의 제약 문제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식약청은 지난해 12월 한약제제와 관련해 ▲신약 및 자료제출의약품의 자료제출 범위 세분화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 중 동일투여경로로서 제형을 달리하는 경우에도 안전성·유효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안은 당초 한의계가 우려했던 것보다 내용이 다소 완화됐고, 11개 기성한약서에 수재된 처방이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효용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한의외치제형학회 신광호 회장은 “기성한의서에 나와 있는 처방도 위험한 약성분이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쉽게 제약허가가 날 것으로 보느냐”며 “기준 및 시험 방법 등 여러 가지 장벽이 버티고 있는 이상 시장성을 가진 한약제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의 한의약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더불어 이를 설득시킬 수 있는 자료 등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은 한의계의 치명적 약점으로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한약제제와 관련해 우려하는 소리도 높다. 약사법 상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되기 때문에 한의약 비전문가에 의해 한약이 마구 다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따라서 한의계는 한약을 보다 원활하게 제약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과 이를 운용할 수 있는 별도의 관리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형편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한의계에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대한약침학회 강대인 회장은 “약침은 안유심 규정상 ‘생약 또는 이들로 구성된 한약제제 중 처방근거가 없는 전문의약품에 해당되는 주사제’에 해당돼 제약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약침을 한방의료행위로 인정해 놓고 약침제제에 대한 의약품으로의 진입을 막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유심 규정의 ‘제출자료의 면제’ 조항에는 동종요법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과 개발 촉진을 위해 독일(ROTE LISTE), 미국(PDR) 등의 처방집을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한약제제가 거꾸로 이들 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가능성도 높은 실정이다. 특히, 독일 동종의약품집(HAB)에 수재된 의약품의 경우 제출 자료의 범위가 매우 협소해 약침제제가 동종요법제제로 등장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들 제제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면 현 제도상 한의사는 그나마도 처방할 수 없다.

강대인 회장은 “서구 선진국과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천연물 정보, 한약 정보는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정도를 훨씬 뛰어 넘었다”며 “한의약 자산을 그대로 내어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한의계 모두 합심해 한약제제가 개발되고 실용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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