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호 칼럼] 대원군 같은 한의사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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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호 칼럼] 대원군 같은 한의사 마음
  • 승인 2007.01.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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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에게 한의학은 종교이며 삶의 이상이며 신념이다. 필자도 그렇다고 생각했으며 많은 한의사도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만약 받지 않았을 경우 20만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경고장을 받으면서도 양방병원에 선뜻 가지 않는 심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과연 한의학을 사랑하고, 믿고, 종교같이 떠받드는 태도때문일까?

옛 의학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주변학문을 진보적으로 흡수하고 녹여서 병자를 치료하는 학문으로 승화시켰다고 본다.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한의사는 주변학문을 진보적으로 흡수하기 보다는 400년 전의 동의보감이나 의학입문 그리고 온병학과 동의수세보원을 뜯어 보면서 옛 추억에 잠겨있다. 그래야만 한의학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물론 틀린 것은 아니다. 한의학의 정체성이 그랬다.

한약의 제형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정도로 낙후된 상황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한의사는 아직도 탕약만이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명치유신 이후에 일본의 한의학은 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명치유신 이후 한의학자와 한의학 추종 의사는 죽었지만 한의학은 그대로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문 한의학자가 없어졌을 뿐 보다 진보된 제형과 다양한 학문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한의학으로 회귀하고 있다. 즉 일본은 다른 형태의 한의학으로 거듭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티벳의학 혹은 서장의학을 보건대 중국의 중의학과 인도의 아유르베다 그리고 불교의학과 토착의학이 융화되어 발전하였던 의학은 지금도 살아있다. 중국이 중국의 법으로 티벳을 통치하였지만 그들의 의학은 티벳의학을 선호하는 티벳인에 의해 중국 전역으로 전파되고 있다. 그들의 약물에 관련된 무기는 외용약과 환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탕제가 없다. 그들은 5천만 티벳인민을 위한 장약이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

필자가 제형을 연구하고 개선하여 간편하고 효과적이며 안전하게 개발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의 실정에서 의약분업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한의계의 의견에 반대하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제형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만족스럽지 않은 제형으로 국민보건에 열중하는 한의사를 위함이다.
양방의료기관에서 시술되는 의료기술과 약물제형은 한약에 비해 편리하고 효과적인 것 같이 보이므로 인해 한방의료기관은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민은 복용이 불편한 탕약 보다는 간편하고 맛좋은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기로 마음먹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의 우수성을 밝히고 홍보하기 이전에 한약은 양약에 비해 간편하고 접근하기 쉬워야 하며 맛도 좋아야 한다. 탕약에 90% 이상 의존하는 현재의 한방의료체계는 그래서 바꿔야 한다. 침구, 탕약, 외용약, 기타 다양한 제형으로 분산시켜 소비자의 선택을 다양화시키지 않는 한 한의사는 말살될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가 죽는다고 한의학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의학은 영원할 것이며 보다 진보된 제형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현재 한의사의 마음에는 구한말 대원군이 가지고 있는 애국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그 시절 대원군은 나라의 문을 닫고 안에서 길을 찾는 쇄국정책을 선택했다. 지금의 한의사에게도 선택이 필요하다. 제형개발을 위시한 보다 진보된 기술을 흡수하여 발전시키는 오픈 마인드와 이것을 걸어 닫고 내적인 개혁을 유도하고자 하는 쇄국 마인드, 이 둘 중 당신은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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