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19] 增補萬病回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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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19] 增補萬病回春
  • 승인 2007.01.0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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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다른가, 새로나온 조선의서

310회(06년 10월 23일자)에 『百代醫宗』을 소개하면서 조선판 『만병회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당시 연구자의 막바지 정리가 한창인 터이라 애써 조급함을 감추고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었다. 지난 의사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명나라 공廷賢(1538~1635)의 대표작으로만 알고 있는 『만병회춘』은 조선에 도입되어 여러 차례 증보개편 과정을 거치면서 『醫林撮要』, 『百代醫宗』, 『壽世保元』, 『醫學正傳』과 같은 책의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고 처방 해설이 덧붙여져 가히 새로운 조선의서로 탄생되었다는 것이 연구자의 주장이다.

그래서인지 돌이켜보면 1770년 洪鳳漢이 왕명을 받아 편찬하고 훗날 李萬運과 朴容大 등이 補編한 『增補文獻備考』의 藝文考·醫家類에는 ‘御醫最要方, 鄕藥濟生集成方, 瘡疹集, 醫林撮要’ 등 대표적인 한국의서들과 함께 ‘增補萬病回春十卷’이 들어있다. 예전엔 이것이 조선에서 찍은 중국의서를 조선의서로 착각한 편찬진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간주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저 단순히 착오로만 여길 일이 아닌 듯싶다. 그들에게 이미 이 책이 조선의서로 당연시 된 것은 아닐까?

필자는 239회(05년 4월 4일자) 『만병회춘』편에서 甲寅字본을 비롯한 우리나라에서 간행한 몇가지 판본의 『만병회춘』과 『증보만병회춘』, 그리고 일본의 조선판 번각본을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증보만병회춘』의 편찬과정이나 증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고구하지 못했으며, 8권본과 10권본의 차이도 명확하게 구명하지 못했었다. 이번에 중국 원작과 달리 조선의학의 시각에서 새로운 내용을 덧붙여 독자적인 조선의서 『증보만병회춘』을 펴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보기드문 학계의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지면관계상 조선에서 펴낸 『증보만병회춘』의 특징을 모두 열거하기는 곤란하지만 대략 요점만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공정현 원작 8권본 『만병회춘』에 수록된 방제라 할 지라도 내용상 보충 설명이 필요한 경우, 처방의 끄트머리에 “增補云…” 이라고 별도 표기하여 추가한 내용을 덧붙였다. 전체 내용 중 총 9회에 걸쳐서 이런 설명이 나오는데, 烏藥順氣散, 防風通聖散, 蘇合香元, 升麻葛根湯, 小柴胡湯, 桃仁承氣湯, 竹葉石膏湯, 六味地黃丸, 歸脾湯의 경우이다.

둘째, 기존의 『만병회춘』에 수록되지 않았으나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방제들을 따로 모아서 각 병증문의 맨 끝에 ‘增補○○門方旨’라는 항목을 두었다. 中風門을 예로 들면, 『만병회춘』에서는 眞中風證, 類中風症, 豫防中風 이후에 經驗醫案을 끝으로 다음편인 傷寒門이 이어지지만, 조선의 『증보만병회춘』에서는 경험의안 다음에 ‘增補風門方旨’라는 항목이 새로 추록되어 있다. 여기서는 중풍문 본문에서 소개한 방제 외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중풍치방을 첨가해서 보충 설명하였다. ‘增補風門方旨’에 수록된 방제는 모두 14개인데, 稀涎散, 通頂散, 許胤宗黃기防風湯蒸熏法, 二陳湯, 四君子加竹瀝薑汁方, 四物湯加桃仁紅花竹瀝薑汁方, 八味順氣散, 牽正散, 星香湯, 省風湯, 小續命湯, 大秦구湯, 史國公藥酒方, 通經導滯湯 등이다.

셋째, ‘增補’라고 표시된 것 이외에 새로 추가된 내용들은 주로 처방이나 설명의 끝부분에 [保元], [醫宗], [正傳], [撮要] 등의 약서명으로 표기해 놓았다. 여기서 [保元]과 [醫宗]은 공정현의 저작인 『壽世保元』과 『百代醫宗』을 말하는 것이고, [正傳]과 [撮要]는 당시 조선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였던 『醫學正傳』과 『醫林撮要』를 지칭한다. 즉 『증보만병회춘』을 꾸민 조선 의가들은 『만병회춘』에서 부족한 점을 동시대 吳崑의 『醫方考』나 공廷賢의 『壽世保元』과 『百代醫宗』, 虞단의 『醫學正傳』, 楊禮壽의 『醫林撮要』를 참고하여 새로 조선의서 『增補萬病回春』을 펴냈던 것이다. 새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담아내고자 했던 조선의학의 성취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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