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미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 협상의 문제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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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한·미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 협상의 문제와 대책
  • 승인 2006.12.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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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차이 무시 땐 불평등 협정 선례 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서비스 분과 협상에서 한국측의 상호관심분야인 수의, 의료, 엔지니어링, 건축설계를 적시한 데 대해 미국측이 한의학 분야를 거론하면서 자국업계가 관심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서 차기 협상에서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수준의 언급이 있었다.
미국측의 제안은 미국한의사(Accupuncturist)와 한국한의사의 자격을 상호인정하자는 주장인 셈이다. 아직 미국 업계의 관심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미국측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시켜줬다고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미국이 공식으로 제안할지 미지수이나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한국의 한의사 자격과 미국의 한의사 자격을 상호인정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협상권자인 정부는 국내 업계의 의견을 수렴시 치의계와 한의계로부터 자격의 상호인정을 원치 않았으며 보건의료분야 협상단장 스스로도 한의학분야가 한미 FTA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수차례 발언한 바 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의 언급을 단지 ‘협상장에서 누구나 발언할 권리가 있고, 그렇게 이것저것 발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갖고 흘려들었다면 안일함을 넘어 관련 업계에 낭패감을 안겨줄 수 있다.
제도가 상이하다는 사실을 소홀히 한 점도 문제다. 보건의료 협상팀장은 이 점을 인식하고 상대에게 사실을 주지시켜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견해도 있는 만큼 오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두 나라의 제도가 상이해 상호 비교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단호히 거절하는 것이 바람직한 협상자세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도 인정했듯이 전문직 자격의 상호인정은 일정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교육이수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고, 우리나라의 인력수급현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정상이다. 그렇지 않고 무조건 인정해주면 불평등협상이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한의사는 유사의료인 혹은 의료보조인 수준인 파라메디칼의 지위에 있는 반면 국내의 한의대는 미국 의과대학 응시가 가능한 대학으로 등재될 정도로 그 수준과 지위가 비교할 수 없이 높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학제로 보나 교육의 수준으로 보나 한국한의사와 미국한의사 간에는 질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분명한데도 이런 조건들을 무시하고 자격을 상호인정하자는 상대방의 제안을 들어주고 다음 협상에서 본격 논의토록 빌미를 준다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다. 더욱이나 중국과 FTA 협상을 남겨두고 있는 처지에서 나쁜 선례를 남긴다면 미래의 국익에도 손해다.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음 협상이 예정돼 있는 만큼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다가오는 6차 협상에서는 국민으로부터 협상을 위임받은 대표답게 한의계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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