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年斷想] ‘갈등’으로 아파했던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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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年斷想] ‘갈등’으로 아파했던 한해
  • 승인 2006.12.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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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요인 겹쳐 한의계 분열 가속화

♠ 화합과 상생의 새해 맞자 ♠

지난 한해 한의계는 ‘갈등’의 점철이었다. 정부에서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혹은 한의계 내 의견조율이 필요할 경우 어김없이 갈등은 분출됐다. 갈등의 양상은 한의계 안팎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불거져 사회적 불황에 시달리는 한의사들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었다.
갈등 중에서도 외부갈등보다는 내부갈등이 두드러졌다. 이런 갈등은 직역간, 세대간, 병·의원간, 소득수준간, 학교간 갈등, 자격유무에 따른 갈등, 프랜차이즈한의원과 비프랜차이즈한의원간의 갈등 등이 대표적인 갈등유형들이다.

한의사전문의제도 개선안을 둘러싼 갈등은 한의계 내부의 갈등이 집약적으로 표출된 사건이었다. 전문의문제는 한의사를 학생과 한의사, 99년 이후 졸업자와 이전 졸업자, 99년 이후 졸업자 가운데서도 수련과 비수련으로 분열시켰다. 갈등을 일으킨 이면에는 전문의제도의 내재적 발전을 둘러싼 관점의 차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전문의자격을 선점하려는 직역간의 상반된 이해와 선배에 대한 후배의 불신이 합의도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정책의 수용을 둘러싸고 일어난 한의계 내의 분화양상도 극심했다.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 5개년종합계획의 하나로 발표된 한방전문병원제도 시범사업 계획은 전문의자격이 없어 경쟁력의 측면에서 열세에 놓인 개원한의사들의 반발을 샀다.

아울러 이종 의료인간 공동개원과 상호고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의료법 전면개정작업은 의료기사지도권의 선행을 요구하는 기성 한의사와 협진을 기회요인으로 여기는 일부 한의사들 사이에 간극을 노출시켰다.
한의사 간의 갈등은 최종적으로 소득의 차이 유무로 귀착되는 듯한 경향을 띠었다. 소득의 양극화는 전문의제는 물론 연말정산서류 제출이나 건보 급여범위 확대 등에 대한 견해차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비단 세대차이나 소득수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갈등도 불거졌다. 표준질병사인분류(KCD) 도입, 한의학의 표준화, 산업화, 협진, 의료일원화 등을 둘러싼 논란들은 가치의 대립이 빚어낸 갈등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학교간 갈등은 다소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의사결정과정에서 지역에 따른 논조의 강약이 존재하며, 한의협회장 선거에서 학연·지연에 따른 동서간 갈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잇따른 보직사퇴 속에서 한의협 임원 간 삐걱거리는 소리도 감지됐다.

내부갈등 못지않게 외부와의 마찰도 컸다. 의료일원화정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장동익 씨가 의협회장으로 당선되면서 한약의 부작용 폭로와 의료일원화 공세가 거셌다. 유사의료업자와 무면허의료업자의 한의학 폄하와 불법의료행위도 여전했고, 이에 맞선 한의계의 방어노력도 부단히 계속됐다.
시민단체와는 한약의 안전성과 가격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한편 불법의료행위 단속에서는 협조하는 등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양상을 띠었다. 정부 또한 한방의료를 국부의 원천으로 삼아 정책을 입안·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한의계에 대한 지원을 늘린 반면 한의학의 표준화, 산업화, 국제화 정책을 추진, 한의계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내부갈등은 본질적으로 외부갈등이 투영된 결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상호 연결되는 특성을 보였다. 한약제제와 건강식품의 증대, 국민의 자가건강행위로 인한 첩약소비의 감소 등 한의약시장이 위축된 데 비해 의료기사지도권 부재로 인한 한의사의 진단영역에서의 불리,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의 정체, 소비자·언론·방송의 견제, 의료서비스 공급인력의 과잉 유입 등 소비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조건이 열악해진 탓이다.
또한 내수경기 침체, 가계 부채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어나는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 등 거시경제의 악화는 한의계 갈등을 심화시킨 외적 변수들이었다.

수많은 부딪힘에 대해 한의계 인사들은 갈등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갈등을 “한의계의 분열과 한의사 지위의 하락”으로 보는 인사가 있는 반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내적 욕구의 발현”으로 보는 인사도 있었다. 전자는 갈등의 차단에 무게를 둔 반면 후자는 갈등 주체간 역할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어떤 접근방법이든 현명하게 대처해 2007년 丁亥年은 갈등없는 화합과 상생의 한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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