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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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세상
  • 승인 2006.12.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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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만나는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

11월에 개봉한 한국영화가 총 10여편 정도 되는데 한 해에 한국영화가 70~80편 정도 개봉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꽤 많은 영화가 11월에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관객들의 반응은 너무나 싸늘했다. 물론 11월이 영화계의 비성수기에 해당된다고 하지만 수능이 끝난 학생 관객들 역시 극장을 찾지 않는 바람에 영화계 안팎에서는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벌어질 정도가 되었다.

여하튼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액션 영화 등 기존 인기 장르 영화들이 속속 흥행 실패되는 시점에 전통적으로 비인기 장르인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가 12월 극장가를 노크하고 있다. 26세에 <일단 뛰어>라는 영화를 만들어 우리나라 최연소 감독으로 꼽히고 있는 조의석 감독이 4년 만에 연출한 <조용한 세상>은 소녀 연쇄 납치 살인사건을 주된 모티브로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사진작가 류정호(김상경)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능력 때문에 첫사랑을 잃은 이후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한국을 떠났다가 15년 만에 귀국하게 된다. 정호는 우연히 위탁아동인 수연(한보배)을 맡게 되면서 자신의 세계를 깨고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한편 용의자 수배 전단을 품고 다닐 정도로 열정적인 김형사(박용우)는 범죄현장에서 류정호가 범인들을 달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다가 위탁 소녀들의 실종 사건이 벌어지게 되면서 수연이가 또 다른 피해자로 지목되고 정호와 김형사는 다시 만나게 된다.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는 범인이 누구이고, 그 범인을 잡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형사와 피해자 등을 중심축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도한다. 하지만 <조용한 세상>은 연쇄 납치 사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 속에서 그 사건의 존재는 매우 미미하며, 여전히 반전 결말 강박증에 빠진 채 치밀한 이야기 구성을 놓치면서 관객들에게는 긴장감을 전혀 선사하지 못한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두 번째 반전을 선보이지만 이미 그 약효는 한참 떨어진 후이다. 왜냐하면 영화의 주된 이야기가 사건보다는 미스테리한 인물인 류정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김형사의 캐릭터는 설정만 하다가 만 듯한 모습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용한 세상>에는 사진작가 역할을 맡은 김상경이 들고 나오는 라이카 카메라를 구경하는 또 다른 재미가 숨어 있다. 상당히 고가의 카메라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카메라라고 하며, 김상경은 사진작가의 역할을 위해 실제 사진작가에게 촬영 기법을 배웠다고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연쇄납치사건과 맞물려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었지만 허술한 구성으로 인해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 버린 <조용한 세상>은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판을 치고 있는 틈새에 색다른 장르의 영화로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눈여겨 볼만한 영화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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