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18] 內照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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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18] 內照圖
  • 승인 2006.12.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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慧眼으로 透視하여 그린 人身五臟

한의학도라면 누구나 『동의보감』의 본문 첫 머리에 등장하는 ‘身形藏府圖’의 이미지를 잊어버릴 수가 없다. 해부학적 장기의 실체를 그린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고 그렇다고 『醫方類聚』의 오장육부도 그림처럼 장기기능이 의인화되거나 神獸로 형상화된 관념적인 그림과는 더욱 동떨어진 그림이다. 동 시대 『醫學入門』이나 『萬病回春』, 『鍼灸大成』에 실린 그림과는 분위기가 비슷하긴 하지만 기재된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똑같지 않다. 이렇듯 새삼 해묵은 궁금증을 떠올리는 것은 지난 의사학 학술대회에서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버린『內照圖』라는 책을 대상으로 연구한 학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이 그리 가벼이 지나칠 수 없는 까닭은 『東醫寶鑑』 歷代醫方에 13번째로 올라있는 중요 문헌이라는데 있다. 고대 의성들이 저술한 본초와 의경류가 맨 앞에 포진해 있는 역대의방에 저작시기별로 나열하여 張機의 傷寒, 金궤 다음에 그리고 皇甫謐의 『針經』과 『甲乙經』에 앞서 위치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비중 있어 보인다. 內照圖란 서명 아래에는 ‘後漢 華타所著, 字元化’라고만 표기되어 있고 다른 자세한 설명이 없다.

이 책이 『의방유취』 인용제서나 『조선왕조실록』(태종 12년 8월7일조)에 등장하는 『五臟六腑圖』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아니면 『攷事撮要』 八道冊版에 등장하는 『五臟圖』와 연관되어 있는 문헌인지 어떤지는 현재로선 전혀 알 수가 없다. 연구자의 발표에 따르면 『의학입문』의 장부론에는 『華타內照圖』가 다량 인용되어 있는데, 인용한 내용은 道藏에 수록된 『華陀玄門內照圖』의 해당 부분과 일치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이 조선에서 간행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으나 『의학입문』과 『동의보감』을 통해서 친숙하게 접해왔던 것만은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의서 속에서는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790년 간행된 李景華의 『廣濟秘급』에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引據諸書’에서 그는 이 책에 대해서 ‘內照圖, 華타著, 苦其太簡, 宋楊吉老, 增補爲一卷’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楊吉老란 바로 宋代에 활약한 楊介라는 사람을 말하는데, 적어도 이경화가 『廣濟秘급』을 저술했을 당시에 이미 『內照圖』가 처음 집필할 당시의 원래 상태가 아니라 楊介가 보충했던 것을 보았다는 말이 된다. 北宋의 楊介가 그린 장부도의 원이름은 『存眞圖』라는 것인데 이것이 화타가 남겼다는 『내조도』를 고쳐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다. 전승내력으로 말한다면 200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내온 셈이니 그 오랜 과정을 소상히 밝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만 해도 무척 다행한 일이다.

이 책의 원서명은 『華陀玄門脈訣內照圖』 혹은 『玄門脈訣內照圖』라 불리는데, 傳本에 따라 다소 다른 이름이 붙어 있다. 現傳本은 道藏에 수록된 판본 이외에 明·嘉靖연간에 간행한 목판본이 2권으로 되어 있으며, 또 淸代의 抄本이 전해진다. 화타는 너무나 잘 알려져있다시피 『삼국지』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명의로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에 사라져 찾아보기 힘든 ‘外科의 鼻祖’로 떠받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오장육부의 병을 알려면 먼저 脈訣을 잘 알아야만 한다는 전제 아래 위와 같은 이름이 붙은 것이다.

『後漢書』·華陀別傳에 남겨진 醫案 속에는 그가 진맥만으로 내장의 병을 귀신처럼 진단해 냈으며, 눈으로 환자의 몸속을 훤하게 들여다보는 것처럼 오래된 병을 치료해 냈다고 하니 가히 명성에 걸 맞는 행적을 보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또 內照란 內景, 內視, 內觀, 凝視라고도 하는데, 즉 인체의 내부를 비춰본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이 책에 굳이 전설적인 명의 華陀의 이름을 가탁하여 붙인 것은 의사가 기술만이 아닌 心眼을 갖춘 경지에 이르러야 함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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