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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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2
  • 승인 2006.12.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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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진솔한 자기반성

좋아하는, 그래서 즐겨보는 TV 개그 프로그램 중 ‘해봤어?’란 코너가 있습니다. 혹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3명의 개그우먼들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음직한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그러나 반드시 엽기적인 표정과 동작으로 토로함으로써 - 여기에 생뚱맞은 배경음악과 과장스런 춤사위까지 더하여 - 웃음을 자아내는 코너이지요. 해야 될 공부는 않고 TV만 본 탓에 뼛속깊이 중독된 때문이겠지요? 한 보름여 전부터 흉허물 없는 가까운 선후배라도 만나면 꼭 이 ‘해봤어?’ 코너를 직접 실연하게 되니까요. “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에, 책 읽으면서 눈물 콧물 짜는 것도 모자라 꺼억꺼억 소리내어 우는 것 해봤어? 난 해봤어”라고…….

저에게 이토록 귀하고 특별한 경험을 가져다 준 책은 바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2’였습니다. 현직 외과전문의이자 필명 ‘시골의사’로도 유명한 경제전문가 ‘박경철’님이 의사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시종일관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묶어놓음으로써 ‘인생의 참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글이지요. 읽다보면 지은이의 유려한 필체를 따라 일희일비 감정의 널뛰기를 하면서도 절대 기분 나빠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분명 그의 글에 철저하게 배어있는 생명에 대한 속 깊은 성찰과 진솔한 자기반성이 자연스레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는 편의상 35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1권은 ‘타인’의 입장에서, 27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2권은 ‘자신’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 구분하였지만, 이런 판가름은 전혀 무의미하다고 생각됩니다. 그의 표현 그대로 ‘우연으로 점철된 삶의 결과로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그것이 내가 필연이라고 믿는 현재의 모습이라면,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삶의 흔적들과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 역시 하나하나가 모두 내 삶의 소중한 역사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려놓은 정말 사무치게 아름다운 우리들 삶의 세밀화 - 제 경험으로는 ‘이 진짜 문둥이들아’, ‘그녀의 미니스커트’, ‘사랑아, 사랑아, 즈려밟힌 내 사랑아’, ‘죽음을 제대로 안다는 것’ - 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 함께 하는 - 동행(同行)의 경지에 이르게 되니까요.

1년 전 무렵, 미국의 외과의사 아툴 가완디의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라는 책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서양의학의 단순성이 개별 생명들의 복잡성과 맞부딪쳤을 때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에 대해, 의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너무도 솔직하고 진지하게 고백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나도 기회가 되면 우리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고 진솔하게 써야겠다’라고 마음먹었을까요. 그런데 이번에 박경철 님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고선 1년 전의 다짐을 포기해야 되나 하는 심정입니다. 외과의사가 아닌 마당에 선혈이 낭자하고 드라마틱하게 치료한 케이스를 많이 갖고 있지 않기에……. 아니다, 시골의사가 친구이야기를 자기이야기처럼 하듯이 나도 C선배와 J원장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빌려서 쓰면 되지 않을까? 아! 모르겠다. <값 각 1만원>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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