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채한 교수의 SYMPOSIAC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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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채한 교수의 SYMPOSIAC③
  • 승인 2006.11.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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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산업화를 생각한다(2)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냄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 사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잘못된 것에 접근하는 방법의 차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 실수와 부정이 없을 수 없는 법이지만, 이를 인식하고 개선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차이는 과정 뿐 아니라 결과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근간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면 동료의 잘못을 공개하면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한국사회는 미국 사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에 오류를 수정함에 있어서도 고생한 만큼의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한방 산업에 한의학이 없다는 것이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뭔가 변화를 만들어 내거나 새로운 산업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은 이처럼 객관적인 자리매김이나 냉정한 자기성찰이 없기 때문입니다.

■ 한의학 없는 “한방 산업”

‘산업’이란 만들어서 유통시키는 경제활동을 총칭하는 것으로, 한방 산업은 한의학을 활용한 경제활동이라 할 것입니다.
한방 산업의 정의를 찾는다면 역시나 한의학을 연구하는 정부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의 정의가 가장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방산업은 한의학의 의료기술 및 한약을 바탕으로 산업화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군을 지칭한다.”
(이재형, 한국한의학연구원, 2004. 4)

“한방과 관련된 모든 생산 활동을 일컫는 것으로, 물적 재화인 한약재, 한약재를 원료로 하여 만든 제품, 한의학적 원리에 의한 의료용구 및 지적재화인 한방 의료 서비스와 한방관련 정보서비스를 통한 생산 활동을 말한다.”
(신현규, 한국한의학연구원논문집, 2004)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에 있어서 한방산업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정의는 한의학과의 관련성이 아니라 ‘한약재를 사용한 산업’으로 통칭되고 있습니다.
한의학적 원리를 제약회사가 활용한 소위 ‘한방 감기약’은 “생약성분”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한의사와는 무관한 제품이 됩니다.
반면, 한방 화장품은 한의학적 원리이기 보다는 한약재(그나마 편의에 따라서는 생약으로 표기되지만)를 사용한 제품일 뿐임에도 한방산업의 중요 부분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한약산업(한방산업)은 한약재의 생산에서 가공, 유통을 거쳐 한약으로 소비되기까지의 전통적 범위와 이와 관련된 전후방 연계산업으로서 한방 의료서비스, 한약제제, 한방의료 용구 및 한방관련 산업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2002보건산업백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2)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말을 만들려 든다면 현실적으로 ‘한방 산업’은 한의학적 원리는 뒷전인, ‘한약재’라는 ‘소재’와 관련된 산업들이라 하겠습니다. 말만 한방일 뿐이지 생산-수요의 경제활동에 있어서 ‘한의학’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한방 산업의 각론은 산업계나 과학기술계 모두 고민하기는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뒷방 노인네로 제쳐놓았다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다시금 불러 모았는데, 뚜렷이 잡히는 것이 없음에 답답한 것입니다.
뭔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울울할 것입니다.
답답한 놈이 소장(訴狀) 쓴다고 한의학계에서 뭔가를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어차피 국가 산업의 미래를 놓고, 새로운 한의학의 외연(外延)을 짜려는 것이니, ‘한의약은 기술이다’라는 기본 명제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 한의약은 기술(Technology)이다!!

기술(Technology:T)들을 분류함에 방법이 많겠습니다만, 여기에서는 6가지로 분류하는 6T 시스템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바이오라 통칭되는 BT(Bio-Technology)에는 분자생물학을 비롯한 식품, 농업, 유기화학, 의학, 약학 등이 속해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 반도체, 컴퓨터, 통계, 통신, 전기제품 등은 IT(Information Technology)로 묶여지고, 입자부터 해서 전자 재료, 세라믹, 각종 소재, 금속재료 등은 NT(Nano-Technology)로 묶이게 됩니다.
환경공학, 대기과학 등에 해당하는 ET (Environment Technology), 공기역학, 추진공학, 천문학 등 우주개발과 관련된 것은 ST(Space Technology)로 분류됩니다.
영상, 디자인, 영화, 소설 등 문화 혹은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CT(Cultural Technology)도 빼놓을 수가 없겠습니다.

한의약은 기술(T), 곧 환자를 치료하는 생명과학(BT)에 속합니다.
그러나 실상 한의학이 원해서 BT에만 속한다기보다는 여타 BT 업계의 필요성에 의해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 옳습니다.
한의학은 진정한 다학제 기술(Multi-displinary Technology)임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타 5T와의 밀접한 협력이 필요함에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축소된 분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현재 BT의 행태는 한방 산업을 논함에 있어서 한의학 이론은 떼어버리고 ‘한약재’만을 도용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잠깐만 눈을 돌려 새롭게 바라본다면 한국 산업계에 블루오션(Blue Ocean)을 제시하는 것은 한약재가 아닌 ‘한의학’입니다.
허준의 생애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팔 수 있는 진정한 한의학 상품으로, CT의 전형입니다. 한류 상품의 대표주자인 대장금도 알고 보면 ‘한의학의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산업화하여 부가가치를 산출’하는 한방상품입니다.
‘한방과 관련된 생산 활동’이면서 ‘한방 의료 서비스와 한방관련 정보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한방 의료의 인터넷을 통한 원격 진료는 차세대 IT의 대표주자입니다.

한의학의 ‘침’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위한 기본 의료 장비로 제공되고 우주에서 (食滯 등과 같은) 각종 질병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개량된다면, 이는 SP의 총아가 됩니다.
교육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작금의 중국이 추진하는 한의학 교육과정의 수출 또한 훌륭한 상품이며 산업입니다.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외국으로 파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채한(대구한의대학교 교수, 한의학 박사)
연락처 : www.chaelab.org

약력 : ▲대구한의대 대구한방산업지원센터 임상시험지원실장(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하버드 메디컬 스쿨,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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