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어떤 눈으로 보이차를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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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어떤 눈으로 보이차를 볼 것인가
  • 승인 2006.11.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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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이차에 대한 뉴스가 자주 등장하면서 한의계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보이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보이차 전문가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1. 낯설지만 익숙한 보이차 문화

이론으로서 차에 대한 이야기와 달리 우리나라 차시장에서 만나는 현실적인 차의 모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오행차 가운데 녹차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고, 반(半)발효차인 황차나 후(後)발효차인 흑차 계열의 차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4일 중국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이차(普이茶)도 마찬가지다. 보이차가 세계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것을 청나라 때부터이지만, 1980년 말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루어진 현대 의학적 연구보고서가 뒤따르면서 세계적으로 더욱 주목을 받는 차가 되었다. 그러나 차 애호가만이 아니라 문화인류학과 동양의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보이차는 오래전부터 친숙한 이름이기도 했다.

보이차의 고향은 중국 윈난[雲南]이다. 윈난에는 보이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차를 생산하고 즐기는 26개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그러므로 국적으로 따지면 보이차는 중국차가 되겠지만 엄밀하게 본다면 그것은 윈난 소수민족들이 만들고 즐기는 차라고 할 것이다.

2. 보이차의 성질

보이차의 성질은 따뜻함에 있다. 차가 지닌 미한(微寒)한 성질을 미생물발효 과정을 거침으로써 인체 내에서 따뜻하게 작용하게 된다. 차를 분류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몸 안에서 작용하는 기운의 흐름에 따라 오행(五行)으로 나누기도 하고, 제조공정에서 발효를 기준으로 완전 혹은 후(後)발효, 비(非)발효와 반(半)발효차로 분류한다.

요즘에는 기운이라는 기준 대신에 색과 향과 맛이라는 외양을 기준으로 오행차로 나누고 있다. 녹차는 녹색에 가깝기에 목(木)으로, 홍차는 붉은 색을 띠기에 화(火)로 분류한다. 그러나 동양에서 오행은 기(氣)의 작용에 근거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와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오행차로 분류하는 게 전통적인 방법이다.

비(非)발효차인 녹차는 우리 몸속에서 위아래로 기운을 승강시키기에 목(木)으로 분류하고, 완전발효차인 홍차는 불처럼 기운을 상승시키기에 화(火)로 분류한다. 흑차(黑茶)로 분류되는 후(後)발효차인 보이차는 우리 몸의 열기를 아래로 내리기에 물(水)로 분류한다.

3. 보이차의 정의

차 애호가들은 보이차를 알기에 너무 어려운 차라고 말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보이차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모든 발효차가 곧 보이차가 아니듯이 보이차로서의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원래는 윈난에서 자라는 차나무의 찻잎을, 햇빛으로 건조해, 후발효시킨, 차만을 진정(眞正) 보이차라 한다.

보이차 재료가 되는 차나무의 산지와 찻잎 및 제조방법과 보관방법 등에 따라 보이차 차품은 달라진다. 같은 흑차 계열에 있어도 후난성의 천량차는 보이차가 되지 못하고, 윈난의 차엽을 갖다가 광동성에서 만들어도 보이차가 되지 못한다. 특히 보이차는 세월을 두고 발효가 진행되기에 보관하는 창고의 조건도 차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보이차의 상품 종류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 중국 광저우 차도매시장에서 유통되는 보이차는 상당수가 광동성의 위조 보이차라는 것과 2004년 제조된 윈난의 보이차를 기준으로 하면 80% 정도의 가짜 보이차가 차도매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윈난성 정부와 차상회의 발표를 인용한 외신도 있었다. (홍콩 명보, 2005. 9. 7)

보이차의 역사는 중국의 절대 다수민족인 한족에 의해 취사선택된 부분이 많다. 그것이 중국 변방에 있는 소수민족들의 차였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보이차에 대해 현대적인 정의를 다시 내린 것도 최근의 일이다. 중국정부는 차전문가들과 함께 ‘2002년 중국보이차국제학술토론회’에서 보이차에 관한 지역과 원료 및 가공법에 대한 기준을 중심으로 정의를 내린 바 있다.

현실에서 만나게 되는 상품으로서 보이차는 전통적인 기준에서 보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야생 대엽종 차엽은 구하기도 어렵고 채산성도 맞지 않는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만들어 손자가 마신다는, 한 세대의 세월을 기다리며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는 인내력을 현대자본주의 유통시장은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4. 보이차의 현실과 과제

보이차 제조와 유통 현실이 복잡하다 하여도 보이차가 지닌 차성(茶性) 때문에 그 인기는 더해가고 있다. 전통적인 기준에는 미치지 못해도 보이차다운 보이차는 현실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어떤 보이차를 어떻게 선택하는 게 합리적인가 하는 나름의 기준이 필요하다. 아울러 보이차의 격(格)과 품(品)과 성(性)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과 연구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2005년 2월에 보이차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토론회가 개최된 바 있다. 박현 소장(한국학연구소)이 주관한 연구회로, 고언어학적인 접근과 윈난 소수민족의 차문화와 동양의학적인 관점에서 보이차에 대해 검토하는 자리였다.

이미 차는 기호품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으로 자리했다. 차의 바탕과 쓰임새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되, 우리 몸에 유익한 차를 찾아 연구하고 보급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우리 몸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과 우리 몸의 조건, 아울러 차가 지닌 이론과 현실에 대해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차에 대한 한의학적 검토는 무엇보다 절실하다. 어떤 차를 어떻게 마실 것인가! 한의원에서 들을 수 있는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해진
도서출판 바나리 주간, 보이차 전문점 ‘地乳茗茶’ 기획실 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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