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인생이 내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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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인생이 내게 준 선물
  • 승인 2006.11.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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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시각으로 본 성공적 죽음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다. 앞으로 내게 남은 생이 3개월이라고 한다.”라는 모순된 말로 저자 유진 오켈리의 글은 시작한다.
중요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여러 채널로 정보를 얻은 후, 뉴욕에서 스물 두 시간을 날아 시드니로, 다시 90분간의 멜버른행 비행기에 탑승, 미리 예약한 자리에서 옆 좌석에 있는 모 은행의 오스트레일리아 본부장을 깜짝 놀라게 한 후,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계약을 성사시킨 뜨거운 열정과 도전 정신, 강한 추진력과 진취적 마인드, 2만여 명의 직원, 연간 40억 달러의 수익, 한 세기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4대 회계법인의 하나인 KPMG의 회장 겸 CEO. 삶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이 쌓아 올린 경력과 성취, 누리고 있는 특권과 혜택들에 높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살아왔던 그는 53세인 2005년 5월 마지막 주에 3개월 시한부의 말기 뇌 암 판정을 받는다.

삶과 사업에서 성공적인 업적과 성취를 이룩했던 그는 경영자적인 사고방식으로 죽음에 접근한다. 즉 삶에서 그랬듯이 죽음에서도 성공이 가능한지 모색하고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죽음이 인생에서 최악의 부분이어야 하는가? 그것을 건설적인 경험으로, 아니 최상의 경험으로 끌어 올릴 수는 없는 것일까?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전체를 조망하고, 다양한 문제를 다루며,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하는, CEO로서 몸에 밴 평소의 능력과 자질은 이러한 질문과 해답의 과정에 큰 도움을 주었다.

남은 날 들이 인생에서 가장 멋진 세 달이 되고. 동시에 주위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에 그는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소중한 것을 잃었지만 또한 더 소중한 무언가를 얻은 것이다. 목표지향적인 그는 앞으로 세 달밖에 못 산다는 말을 듣고 난 이틀 뒤에,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다가올 죽음과 지금의 삶에 온전히 몰입하고 집중하기로 작정한다. 짧은 수명을 명료한 의식과 높은 삶의 질로 보상하기로 결심하고, 부작용이 큰 화학요법을 3일 만에 자발적으로 중단하고 6주간 방사선 치료만 받았다. 100 마일의 속도로 직진하며 살아왔던 그간의 삶의 속도를 늦추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삶을 당면하며,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아채기 시작한다.

점차로 죽음의 그늘이 몸을 덮어 오며, 기운이 소진되고 고갈 되어 가지만 마음만은 충만한 가운데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완벽한 순간들과 완벽한 하루 들을 경험하며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아름답게 피운다. 보통의 죽음은 공포와 두려움 혹은 무지와 혼란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생각하기도 싫고 입에 담기도 꺼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더 일찍 생각하라. 사람들은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하는데, 왜 돈만큼 혹은 그 이상 중요한 어떤 것, 다시 말해 영혼을 위한 저축은 하지 않는가?”
삶에 성공한 것처럼 죽음에도 성공하고자 했던 유진, 그는 과연 얼마나 성공한 것일까?
깊은 밤, 삶의 전적인 수용과 의식의 각성,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값 1만원>

신홍근(서울 평화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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