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315] 經驗鍼灸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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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315] 經驗鍼灸編
  • 승인 2006.11.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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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임상가의 自撰經驗錄

대부분의 필사본 경험의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저자와 집필과정이 자세히 밝혀져 있지 않다. 대개 침구서적은 크게 보아 경락경혈을 중심으로 침구혈법을 다룬 동인경류와 실천적인 임상치료혈을 중심으로 침구치료경험을 담고 있는 침구경험방류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 책은 위의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즉 앞쪽에는 침구기초이론에 해당하는 12경맥경혈유주와 전신경혈의 소재 위치 및 주치, 자침심도가 기록되어 있고 뒤에는 보사수법과 子午流走, 八脈交會穴法, 그리고 舍巖補瀉鍼法이 들어 있다. 그 다음으로는 각 병증문을 구성하여 임상침구혈을 제시하였는데, 역대 각종 의방서와 침구서에서 要穴만을 가려뽑은 것이다. 임상편에 현대병명과 신침법이 혼용되어있고 표지에 戊辰 간기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저작시기는 대략 1928년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특색은 임상침구편에 사암오행보사침구법을 준용하고 병증별 鍼灸病案例를 실어놓았다는 점일 것이다. 사암침법을 옮겨적거나 채록해 놓은 사본류는 흔히 볼 수 있어도 직접 경험한 침구임상례를 조목조목 기록해 놓은 경험방을 마주하는 일은 흔치 않다. 게다가 각 조문마다 出典을 일일이 밝혀놓았기 때문에 이론적 근거가 확실하며, 학술가치가 뛰어나다.

대략 여기에 등장하는 원서류로는 『靈樞』를 비롯하여 『難經』, 『甲乙經』, 『醫方類聚』, 『東醫寶鑑』 그리고 得效, 綱目, 易老, 丹心, 正傳, 回春, 入門 같은 문헌이 이용되었다. 또 전문침구서로는 『銅人經』, 『資生經』, 『神應經』, 『鍼灸大成』과 함께 ‘최씨경험방’이 많이 인용되었으며, 드물게는 惠庵, 茶山의 경험방도 들어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역대 명저의 내용 중에 가장 중요한 골자만을 간추려 놓았지만 때론 長短을 가려 선택하거나 모자란 곳을 보완해 놓기도 하였다. 특히 ‘製九鍼法’과 같은 부분은 문장은 『동의보감』의 요지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 같지만 설명 아래 원문에 없는 九鍼의 형상을 그려 채워 넣었을 뿐만 아니라 ‘大鍼’ 같은 항목은 ‘火針’으로 교정을 해놓아 저자의 견해를 담아내었다.

침구이론편의 내용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六經起止歌, 鍼灸標幽賦, 製九鍼法, 鍊鍼法, 火鍼法이 있고 量分寸法에는 頭部寸을 위시하여 각 부위별 尺寸法이 들어있다. 또 구법에 관한 내용으로는 製艾法, 作艾炷法, 灸法及壯數, 鍼法有瀉無補 迎隨補瀉 灸補瀉法 등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12經脈流走수穴은 기본적으로 『동의보감』에 수록된 수혈의 설명을 요약하고 각 수혈별로 주치증을 덧달아 놓았으며, 五수穴에 대해서는 오행혈성을 따로 추록해 놓았고 또 原穴, 絡穴, 극穴, 募穴 등 특수혈을 혈명 아래 표기해 놓았기 때문에 한눈에 찾아보기 쉽게 배열되어 있다.

正經穴 다음으론 別穴이 등장하는데,『銅人經』에 나오지 않고 여러 의서에 흩어져 나타나기 때문에 ‘別穴’이라 부른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이에 비해 奇穴에 대해서는 靈樞나 內經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기혈이라고 하면서, 取膏황수穴法, 取患門穴, 取四花穴法, 騎竹馬穴灸法을 소개하였다. 자오유주법의 내용은 대략 다른 책의 것과 비슷하나 ‘六十甲子日時穴開定例’에서 日日干支별로 開穴을 도해해놓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암보사원칙’에는 난해해 보이는 사암침구법의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해 놓았는데, 舍巖의 본명은 黃廷學으로 조선 중종 때 사람 혹은 연산군 때 사람이라 하는데 자세히 알 수 없다고 하였다. 항간에서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四溟大師의 제자라고 전해지지만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얘기일 뿐이어서 더 이상 추적하기 어려워 보인다. 허임의 『침구경험방』과 함께 가장 한국적인 고유 침법으로 손꼽히는 사암침법의 원류와 전승내력이 소상하게 밝혀지지 않는 한 침구치료법에 있어서도 중국의학의 아류가 아니냐는 의심을 털어버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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