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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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극장
  • 승인 2006.11.2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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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새로운 한국형 컬트 영화

평소 영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컬트(Cult)’ 영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드물고, 대신 <록키 호러 픽쳐 쇼>라는 영화가 컬트 영화의 대명사라는 정도만 알고 있을 정도다.
여기서 ‘컬트’는 제식, 숭배 등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영화와 같이 결부되면 ‘소수에 의해서 열광적으로 숭배 받는 영화’라는 말로 풀어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록키 호러 픽쳐 쇼>나 <핑크 플라밍고> 같은 영화들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들 영화는 특별한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여러 장르를 혼합하거나 낯선 서사적 구성을 띠면서 대중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이 몇몇의 관객들에게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코스프레 같은 다양한 이벤트까지 벌이게 되면서 일명 ‘폐인’을 양산시키기도 한다. 그렇기에 ‘컬트 영화’는 장르영화가 아닌 독특한 형식의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활동사진을 보러 간다고 나가신 할머니를 찾기 위해 삼거리 극장을 찾은 소단(김꽃비)은 매우 낡은 극장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하지만 그 곳에 할머니는 안 계시고, 딱히 할 일이 없는 소단은 매표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극장 안에서 담배를 피다가 에리사, 모스키토, 완다, 히로시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낮에는 극장 직원으로 일하지만 밤에는 극장 안에서 춤과 음악이 있는 향연을 여는 혼령들이다.

<삼거리 극장>은 한국형 <록키 호러 픽쳐 쇼>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뮤지컬과 SF, 미스테리 장르가 혼합된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존에 봐왔던 화려한 뮤지컬 영화들처럼 블록버스터가 아닌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라서 <삼거리 극장>은 소박하면서 투박한 느낌을 전해주면서 B급 영화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세련된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약간 아쉬움을 줄 수도 있으나 또 다른 형태의 뮤지컬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많은 관객들을 아우르는 형식의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 숨겨진 재미와 의외의 웃음을 찾는 것 또한 <삼거리 극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를 진정한 컬트 영화로 이끄는 것은 영화 속 영화로 등장하는 <소머리 인간 미노수>인데 어디서 그러한 발상이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감독의 자유로운 재치가 영화에 가득 들어있다. 실제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기에 뛰어난 춤과 노래 실력이 돋보이는 <삼거리 극장>은 연극과 영화를 적절하게 섞으면서 멀티플렉스로 점차 사라져 가는 예전 극장과 날로 변모하는 영화 문화에 대한 향수를 같이 전해주고 있다. 약간 산만하면서 지루한 것이 단점이지만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재미난 가사의 흥겨운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어깨를 들썩이다보면 어느 새 영화 속에 점차 몰입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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