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54話·下] 정승기 교수
상태바
[한의학은 나의 삶54話·下] 정승기 교수
  • 승인 2006.11.17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정승기 교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알레르기·호흡기내과)

“질 높은 후학양성에 최선 다하고 싶어”

■ 한방임상시험 평가지침 연구

정 교수는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그가 가진 지식이나 책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로 좌절도 했지만 한의학을 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지금 한의학의 학문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적인 문제나 장애요인들이 하루 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지요.”
그렇게 바쁘게만 삶을 살아오다보니 일에만 파묻혀 자칫 정말 소중한 걸 놓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만한 위치에 오기까지 도와준 분들이 많은데 다 잊고 살고 있더라구요. 세상에 소중한 게 참 많은데,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돌아보게 됐지요.”

그는 요즘 식약청 연구과제인 ‘한방임상시험에 대한 평가지침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이 연구의 세부과제는 ‘천식에 대한 한의학적인 진단평가·유효성 평가’와 ‘기침가래에 대한 한의학적인 진단평가·유효성 평가’로 올해말까지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정 교수는 그동안 양방적인 평가도구에 의존해왔던 한약물의 진단 및 유효성 평가를 한방적인 도구를 이용해 평가할 수 있는 뜻 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대학-임상가 노하우 공유해야”

그는 한의대와 개원가의 학문적, 임상 노하우가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아무리 좋은 경험도 검증되지 않으면 경험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서 역할을 다 하려면 증거되지 않는 부분을 강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유난히도 양의계에서 조직적으로 한방을 비하한 일들이 많았다.
“우리(한의계)는 특정 약물의 특정 질환에 대한 부작용을 얘기하지만, 양의계의 한약물·한방치료에 대한 부작용 언급은 한방전체를 부정하는 거라구요. 한약도 특정약물에 따라서는 독성이 있다는 걸 보고하고, 거기에 따른 논문을 발표하고, 또 홍보가 돼야 합니다.”

정 교수는 아울러 한의계 스스로 정화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한약은 한의사한테 처방을 받아야만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작용이 없다고 하니까 홈쇼핑에서 거리낌 없이 약을 팔고, 한방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약물을 파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행위들이 소비자들에게 약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 한 번의 기회, 더 잃을 것인가

한의사로서 진료할 때 환자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가장 경계한다는 그는 환자는 도움을 필요로 해서 찾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그 입장에서 대하려고 애쓴다고 했다. 그래서 대화에 최대한 집중하고, 진료기록을 꼼꼼하게 하면서 놓치는 부분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왜 그런 말 있지 않나, (한)의사가 친절하면 환자가 한 번 더 오지만 친절하지 않으면 한 번 더 안 온다는 얘기. 한 번의 기회를 더 가질 수가 있잖아요. 신뢰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려고 애를 많이 써요.”

천식이나 만성 호흡기질환자들은 호흡기계통 질환 때문에 삶의 질이 많이 나빠지므로 삶의 질을 좋게 만드는 데 치료의 우선 목표를 둔다. 다음엔 최소한 천식 때문에 죽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치료에 임하고 있다. 수많은 환자들이 그를 거쳐갔지만 당뇨나 고혈압 환자 못지않게 유지 관리가 중요한 70여명의 천식환자들이 그를 믿고 잘 따라와 주었을 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더라며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혜택받은 자여, 그대 이름은 한의사

(한)의사라고 한다면 환자를 부의 축적이나 금전적인 수입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의료업을 하고 있다는 건 정말 혜택받은 사람들이에요. 사회적으로 해야 될 책무가 크다는 얘기죠. 내가 내뱉는 작은 지식도 환자에겐 큰 힘이 될 때가 많잖아요? 내가 가진 지식을 전달해주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지요.”
다음으로 의료봉사를 꼽았다. 봉사를 통해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고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의료인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지혜얻는 공부해야

정 교수는 요즘 한의대 학생들은 그야말로 ‘수재중의 수재’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학습량이 많은데 비해 교과서가 시험을 위해 족보화되다 보니 당장 성적은 좋을지 몰라도 지혜를 얻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교수들과의 대화에요. 강의시간에 듣고 얘기하고... 글자 말고 말로 얻어지는 게 많을텐데 그러다보니 나름대로 새로운 지식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도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그것이 術을 배울 수 있어 당장엔 혹하고 좋을지 몰라도, 앞으로 임상을 하게 됐을 땐 더 큰 부분을 보지 못하는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요즘 학생들은 워낙 개인적인 필요성이나 도움될만한 부분들만 찾다보니 조직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적은 것 같다고 했다.

정 교수는 가진 지식이 많고 경제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풍토는 반드시 없어져야 될 부분이라고 했다.
그의 일주일은 진료, 학부와 대학원 강의준비와 대학원생 논문지도, 연구 등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도 건강관리를 위해 틈틈이 운동도 하고 정서가 너무 메마르지 않게 가끔은 문화생활도 즐긴다.

평소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게 좌우명인 그는 앞으로 숙련되고 전문화된, 질 높은 전문의를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또 대학원 교육과정에도 심혈을 기울여 세계학문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한 논문이 나올 수 있도록 후학양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현재 대한한방알레르기 및 면역학회 회장이자 대통령의료자문의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동의폐계내과학 ▲임상폐계내과학 ▲잘못 알려진 한방상식119 등이 있다.
부인 김은숙(52) 씨와의 사이에 군복무중인 아들 하나를 뒀다. <끝>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