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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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승인 2006.11.1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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例示 곁들인 수준별 독서요령

불과 보름여 전만 하더라도 더욱더 마음의 양식을 쌓겠노라 다짐하게 만들 정도로 청량하게 깊어 가는 가을이었는데, 한바탕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진 뒤부터는 어느새 겨울로 확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추색(秋色)이 농익게 익어갈 무렵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가 찾아낸 책입니다. 구미만 땅기면 시·소설·수필·만화 등등 장르 불문하고 닥치는 대로 읽곤 하는데, 읽음과 동시에 또 곧장 잊어버리는 버릇을 지니고 있는지라, 나름대로는 악습(惡習) 개선의 요량으로 주문했던 것이지요.

‘How to Read a Book’이라는 원제(原題)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독서의 방법에 대한 글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책이야 그냥 마음과 눈길이 가는 대로 자연스레 읽으면 되는 거지 무슨 희한한 비급의 초식이 있을까 싶지만, 애들러와 도렌이라는 두 사람이 펴낸 이 책이 1940년에 최초로 출판된 이래 여태껏 꾸준히 팔리는 소위 ‘스테디 셀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확실히 무언가 다른 방법이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책은 총 4부, 21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자들은 책을 읽는 수준이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는 견해를 각 장에서 마다 적절한 예시와 함께 설득력 있게 펼쳐 놓습니다. 즉, 독서의 제 1수준은 중학교 1학년 정도도 가능한 기초적인 읽기이고, 제 2수준은 목차 등을 참고하여 전체적으로 쭉 훑어보는 것이며, 제 3수준은 이론서·실용서·문학서·철학서·역사서·수학서 등등 분야별로 나뉘어지는 각각의 책에서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분석하며 읽는 것이고, 마지막 수준은 단순히 1권의 책만을 읽는 게 아니라 여러 권의 책을 하나의 주제에 맞춰 통합적(syntopic)으로 읽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우리가 도달해야 되는 수준은 당연히 제 4수준인 통합적 독서(syntopical reading)라고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흰 종이에 박힌 까만 글자를 단순히 눈으로 주워섬기는 것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저자의 견해를 바르게 이해하여 때론 공감하고, 때론 의문을 제기하며, 때론 철저히 반박하는 등 독서란 자신의 생각을 차곡차곡 키워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고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입 논술고사의 지향점이 ‘통합 논술’일 수밖에 없는 까닭도,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人才)는 보편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 아닐까요?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이 책은 내용이 꽤 알찰뿐더러 부록으로 독서의 수준별 연습문제도 실려있고, 또 평생에 걸쳐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라며 추천도서 목록도 수록해 놓는 등 제가 선정하는 양서(良書)의 조건을 많이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 순전히 역자와 출판사의 탓이라 여겨지지만 - 번역이 썩 매끄럽지 않고, 적지 않은 오탈자(誤脫字)가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차라리 원저자가 똑같은 범우사 간(刊) ‘독서의 기술’을 읽을 것을 그랬나? <값 1만3천원>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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