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자그레브시장의 약용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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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자그레브시장의 약용식물
  • 승인 2018.02.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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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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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⑧

<꽃보다 누나> 촬영지로 유명세를 떨친 탓에 크로아티아는 요즘 들어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번 호는 이 곳의 전통시장에서 팔고 있는 약용식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크로아티아에서 제일 유명한 전통시장은 돌라치시장으로 수도 자그레브의 명물이다. 자그레브 중앙역에서 걸어보니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시내 중심에 자리잡은 반 옐라치치 광장의 왼쪽 끝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면 화사한 꽃가게들이 반기고 이를 지나서 계단으로 올라가면 돌라치시장의 빨간 파라솔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색으로 통일된 야외시장의 파라솔은 시장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수히 이어지고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시장은 제철을 맞은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팔기 때문에 주민들은 물론 많은 여행객들도 먹거리를 사거나 외국 시장을 체험하기 위해 찾아와서 북적북적 활기로 채운다.

시장 입구는 아주머니 청동상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쿠미차 바리차라 불리는 이 동상은 2006년에 세워졌다. 대모(代母) 또는 농촌 아주머니란 뜻이다. 전통 의상을 입은 아주머니는 자기 몸만큼 크고 넓적한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거기에 수건을 둘렀다. 시장건물 외벽에는 엄마와 딸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시장에서 필자의 눈에 먼저 띈 식물은 세이지다. 크로아티아 글로 ‘kadulja’라 적어놓고 팔고 있다. 식물원에서 자라는 세이지는 여러 번 봤지만 이렇게 식품으로 팔고 있는 모습은 처음이다. 필자의 저서인 <향신료 백과>에서 이미 세이지의 사진을 소개했지만 시장 현장에서 향신료를 사고파는 모습은 싣지 못했다. 말린 세이지라서 한국에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 소량 샀더니 맘씨 좋은 아저씨는 덤으로 더 얹어 준다. 세이지는 위장장애, 당뇨에 좋고 입냄새를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된다.

좌판 위에는 동유럽의 여러 언어로 적어 놓은 무화과의 건조 제품도 보인다. 무화과는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 속에도 나온다. <이상한 나무 화분이 하나 있는데 잎은 동백같고 열매는 탱자 비슷하다. 그 이름을 물으니 ‘무화과’라 한다. 열매는 두 개씩 나란히 꼭지에 잇닿아 달린다. 꽃이 없이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당대의 대학자인 박지원은 200여 년 전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무화과를 본 것이다. 파슬리는 ‘persin’이란 크로아티아 글로 적어 놓고 있다. 파슬리 잎은 장식용으로 요리에 올리기도 하지만 잎을 가루로 만들어 샐러드 소스나 각종 요리에 뿌려 먹기도 한다. 유럽 사람들이 즐기는 향신료다. 그런데 이곳에는 잎만 파는 것이 아니고 뿌리가 달린 파슬리가 보여 카메라에 손을 떼지 못했다. 뿌리 맛은 당근과 비슷하지만 좀 더 부드러운 질감이 난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수프에 감칠맛을 내기 위해서 파슬리 뿌리를 넣는다고 한다. 그 밖의 향신료로 보기에도 향기롭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다들 알고 있는 바질, 로즈마리, 민트류, 레몬, 딜이 보인다. 딜은 보통 잎을 활용하는데 여기선 열매를 팔고 있기에 인상적이다.

살구를 팔고 있다. 살구의 잘 익은 씨는 행인이라 하여 동의보감에서 폐기(肺氣)로 숨이 가쁜 증상을 치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식약처의 의약품 공정서는 살구나무, 아르메니아살구, 시베리아살구, 개살구나무의 잘 익은 씨를 행인으로 쓴다고 규정한다. 중앙아시아서는 거의 다 아르메니아살구를 심고 있는데, 이 시장에서 팔고 있는 살구 열매도 우리 살구와 다른 아르메니아살구가 아닌가 싶다. 팻말에는 마케도니아산 살구라고 써 놓았다. 그 외의 과일로서 츠베치게(zwetschge)라는 자두 종류와 복숭아, 배, 사과, 수박 그 외, 다양한 베리 종류도 보인다. 배는 길쭉하게 생겨서 우리 것과 다른 모양이다.

채소는 고추, 파, 당근, 시금치 뿐 아니라 근대, 비트, 콜라드도 진열하고 있다. 우리와 지구 반대쪽 사람들도 먹는 채소 종류는 비슷하다. 예쁜 베리 종류도 많다. 시장 입구 쪽부터 길게 형성한 노점상에서는 여러가지의 꿀과 함께 말린 과일, 캐슈넛을 포함한 견과류도 구색을 갖춰 팔고 있다. 아마인으로 부르는 아마 씨도 보인다.

노천시장 뿐 아니라 시장 건물의 지하상가도 각종 빵, 고기류, 치즈 등을 판매한다. 시장은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오전 6시30분에서 오후 3시까지 그리고 일요일에는 오전 6시30분에서 오후 1시까지만 열린다.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는다. 돌라치시장의 홈페이지는 http:// www.trznice-zg.hr/default.aspx?id=298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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