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 가치 ‘의방유취’ 연구 왜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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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유산 가치 ‘의방유취’ 연구 왜 안 됐나”
  • 승인 2014.06.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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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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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한의학연 책임연구원 한국의사학회 학술대회서 발표

 
“집현전 최고학자들이 편찬한 365권 초대형 의학백과 전서”

‘의방유취(醫方類聚)를 통해 본 한의학 전통지식의 가치와 미래’를 주제로 한 한국의사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醫方類聚, 연구의 필요성과 역사적 가치’로 기조발표를 했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의사학회 학술대회에서 의방유취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춘호 기자>
안상우 책임연구원은 “의방유취는 분량만으로도 전대미문의 365권이라는 대형 의학백과 전서”라며 “현존하는 의서 중에 가장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라고 말할 수 있는데 특히 의방유취는 세종 때 향약 개발정책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단순히 의가들의 경험을 모은 것이 아닌 집현전 최고수준의 학자들이 모여서 학문적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만의 경험, 지식이나 술법이 아닌 논리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의학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보급하겠다는 생각에서 세종시대에 시발점이 됐다는 점과 집현전에서 편찬됐다는 사실이 의사학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말선초의 낙백한 문인 학자들이 왕조변천이라는 정치적인 격변기에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학자들을 실천적인 의학기술을 정리하는데 투입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준 셈이다. 또 젊은 신진사대부 지식층을 의학기술을 정리하는데 끌어들인 것이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

그는 또 “동의보감이 정련된 의학이론의 체계를 구성했다면 그 원천과 데이터베이스는 의방유취라고 할 수 있다”며 “의방유취는 현존하는 266권 모두가 구리활자로 돼 인쇄기술이나 당대 국력을 생각해봤을 때 심혈을 기울여 집중해서 만든 책이다”라고 밝혀 동의보감에 이어 세계기록유산에 언젠가 등재하고 남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안 책임연구원은 “실록에 구체적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세종이 의방유취를 편찬하는데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며 “세조가 등극한 후에도 이 작업은 끊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작업을 개시하는 전기를 마련하고 5년째에 전면개정을 했다”고 발표했다. 

또 “눈길 가는 건 1445년에 편찬 완료했다는 기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조는 다시 손을 댔고 교정에 참여했던 학자 67명이 대거 해직, 파면됐다는 점이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교정에 착오가 있지 않았나 추측한다”라며 “여러 우여곡절 끝에 1477년에 여러 임금이 바뀌고 나서야 활자로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의방유취는 국내에 단 1책이 남아 있다. 대부분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갔고 동의보감에 마지막으로 이용된 이후에 조선후기 의서에는 사용되지 못했다.

안 책임연구원은 “의방유취가 임진왜란 이후 없어졌지만 근세에 들어서 대만에서도 간행됐고 한국에서도 동양의과대학 시절에 3000명의 필경사를 동원해 일일이 붓으로 써서 간행한 적이 있다”라며 “한국의학의 자존심이라 생각해 여러 차례 간행됐으나 워낙 방대하다보니 선배들도 그렇고 후배들도 참조를 잘 안하고 장서용 책으로 비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본격적인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하겠지만 많은 부분들에 대해 발표자가 선행 연구를 한 것을 시발점으로 해서 새로 많이 부각되길 바란다”라며 “의방유취를 갖고 새로운 연구 사업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고, 남북학술교류에도 좋은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실제 한의학연구원 직원 중 한명이 평양에 가서 학술교류를 할 때 북한 학자가 의방유취에 대해 발표했다”라며 “1960년대 이후 북한에서는 의방유취 등 고유 한의학서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연구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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