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철 교수의 유럽방문기(下) - 프랑스 한의대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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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철 교수의 유럽방문기(下) - 프랑스 한의대 특강
  • 승인 2003.08.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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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침을 싹틔운 프랑스, 한의학은 몰라
중의사립대서 사상의학과 사암침법 강의


손인철(원광대 한의대 교수)


독일에서의 의료봉사를 마치고 프랑스로 향했다.
몇 가지의 교통편 중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직접 가는 기차는 없고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쾰른을 거쳐서 파리로 가는 기차였다.

레겐스부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에 갈 때는 이체를, 프랑크푸르트에서 쾰른에 갈 때는 독일의 자존심이라는 이체에를 탔었다.
고속열차인데도 안정감이 있어서 차안에서 글을 쓸 수가 있을 만큼 편안했고, 역무원의 친절과 정중함은 우리를 감동케 했다.

쾰른에서는 프랑스의 철도 탈리스를 타고 벨기에의 수도 벨지움역을 경유하여 파리에 도착하였다.
파리에서 1박 한 후 다음날 오후에 이번 한의학 특강이 진행되는 파리의 동부도시 리옹으로 향했다.

리옹으로 갈 때는 머지않아 우리나라 고속전철로 운행되게 될 테제베를 타보기로 했다.
2층으로 된 테제베의 2층에 타고 2시간여를 달리니 프랑스 3대도시라 하는 리옹에 도착하였다.

리옹역에서는 역사의 안까지 마중을 나온 나향미 선생과 중의대학 교장선생님이라 하는 마르셀 코스트선생과 실장님이라 하는 장-이브 포감 선생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를 맞아주는 교장선생님 일행이 텁수룩한 모습에 내의를 받쳐 입지 않은 상태의 허름한 반소매 상의와 반바지를 입고 나타나서 처음에는 짐을 받으러 온 짐꾼인가 하였는데 그들이 학교의 책임자라고 우리에게 소개해주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허나 처음 대면하는 사람이지만 참 편하게 느껴졌고 그것은 일정을 같이 지내면서 그 따뜻하고 소박한 인간성에 쉽게 동화되었다.
2~3년전 프랑스의 한의대에 다니고 있는 한국인 나향미 선생이 우리 교실의 홈페이지를 보고 메일로 연락을 해 왔었다.

자기는 ‘현재 프랑스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는 한국의 학생인데 프랑스에서는 한의학이라 하면 중국의 중의학 밖에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자기가 한국의 우수한 한의학을 대학 관계자에게 소개하였고 대학측에서도 더 나은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서 한국의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있으니 협조해주라는 것’이었다.

협조라는 것은 ‘지금까지는 중국에 가서 임상실습을 해왔으나 이제는 원광대학교 부속한방병원에서 프랑스한의대 학생들을 실습시키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연락을 받고 원광대한의대 교수진들과 협의하여 긍정적인 답변을 얻고 지난해 프랑스의 한의대 관계자들이 한국에 와서 원광대와 경희대한의대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원광대학교 익산한방병원에서 실습하기로 하고 이 일을 진행하던 차 독일에 의료봉사를 간다하니 그렇다면 그 길에 프랑스에도 다녀가 달라는 부탁을 받고 겸하여 특강을 요청해 와서 준비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의 한의대 학교명은 플랙〔(FLETC : FaculteLibred’Energetique Traditionnelle Chinoise (불어) : Chinese Traditional Medicine private Faculty(영어)〕 중의사립대학이라 하며 프랑스사람들은 이를 플랙이라고 부른다.

홈페이지는 www.fletc.fr이다.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교장선생님과 실장님은 학교명이 중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이것은 한국한의학의 우수성을 모르는 프랑스인들의 무지에서 오는 것이니 이 사실을 한국의 한의학 관계자에게 꼭 설명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참고로 본 대학에서는 현재 진행 준비하고 있는 해외의료봉사회 이름은 동양의학의료봉사회로 되어 있다.

마르셀 코스트 선생은 현재 프랑스 한의사협회 부회장으로 계시면서 리옹시 인근에 한의원을 개원하여 진료를 겸하고 있는 중의사로서 지식과 능력 그리고 리더쉽을 갖춘 지역의 인물이었고, 실장인 장-이브 포감 선생도 중의사로서 교장선생님과 팀웍을 이뤄 학교발전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분으로 인상이 좋아 보였다.

내가 보고 온 프랑스의 한의대는 아직 한국처럼 제도권내의 대학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직은 서양의학 중심의 체제에서 한의학의 필요를 느껴 자생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한의학의 준비기로 보여졌고, 학교의 외형 역시 한국의 전문학원 정도로 비유하면 어떨까.

졸업하여 프랑스의 한의사협회가 시행하는 면허를 따면 한의사(중의사이겠지만)가 될 수 있고 한의사는 법의 제약 밖에서 임상은 가능하되 정부에서 시행하는 공공보험의 혜택은 받지 못하고 일부 사보험의 혜택은 받을 수 있다고 소개받았다.

특강은 다음날인 10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되었다.
원광대학교와 한의대 부속병원의 현황을 소개한 뒤, 현재 양방과 한방이 이원화되어 있는 한국 한의학계의 동향과 정부의 한의학에 대한 정책동향, 그리고 근래 한국 최고의 인재가 입학하여 금세기 최고의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의대 현황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이어서 본 주제인 한국한의학의 특징 중 사상의학에 대한 강의를 먼저 시작했다.
사상의학회의 협조를 얻어 준비한 본 강의 안은 사상의학의 역사와 이제마선생의 소개, 이론적 배경과 사상의학의 장부대소와 체질특징, 심리적인 문제, 한열허실에 따른 병리적 현상과 체질별 배변의 특징 그리고 체질별 선호음식 등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를 하였다.

애써 준비해간 빔 프로젝트는 강의실의 준비관계로 사용하지 못해서 아쉽기는 했으나, 강의 내내 진지한 수강 자세는 인상적이었다. 통역은 나향미 선생이 맡아 주었다.
강의를 마친 후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데 강의의 내용을 대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사상의학에 대한 질문의 주된 내용은

① 대소란 장부의 크기를 말하는가?
② 체질구분에서 왜 심장은 없는가?
③ 중의학에서 말하는 육경(六經)의 의미와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④ 체질은 유전적인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인가?
⑤ 환경과 체질의 문제는 어떠한가?
⑥ 정신적인 면은 어떠한가?
⑦ 체질별 침법은 어떠한가?

하는 내용들을 물어서 사상의학적인 관점에서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오후에는 사암침법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먼저 마음과 기, 생명과 경락에 대한 관계를 서론으로 풀어간 후 사암침법의 역사와 이론적인 배경, 오수혈의 개념, 사암침의 기본보사법과 정격 승격을 증상에 대비하여 설명한 후 혈위 취혈의 시연을 해 보이기도 했다.

일찍이 대중의 아기 모습과 귀의 모양이 흡사하다 하여 이침법의 싹을 틔운 나라, 다시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싹터 오르는 나라 프랑스, 그 선봉장 격인 리옹의 프랑스 한의대 플랙에서 시행한 이번 한의학 특강은 수강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학문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하며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더욱 발전적인 교류를 통해 프랑스 한의학이 장족의 발전을 이루길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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