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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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1)
  • 승인 2009.12.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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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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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놓으면 주위에 정기․ 사기 모여든다

침 놓으면 주위에 정기․ 사기 모여든다
사법에서도 유침 “無令邪布”… 전침 “以得氣爲故”

한의학의 치료법은 크게 침(針), 구(灸), 약(藥)으로 대별할 수 있다. 당종해(唐宗海 1862~1918) 선생은 <본초문답>의 첫 질문에서 동물, 식물, 광물 등의 약물이 전혀 다른 물(物)에 속하는 사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질병이 생기게 되는 원인은 우리 몸 속의 기(氣)가 동서남북(東西南北) 상하(上下)의 육합(六合) 중에 어느 한 쪽으로 승(勝)하거나 쇠(衰)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 목(木)․화(火)․금(金)․수(水)의 어느 한쪽의 기(氣)만을 타고난 약물의 힘을 빌려 우리 몸속의 성쇠를 조절해 올바로 균형을 잡아주게 되면 질병은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은 것은 모두가 다 약물(藥物)이 가지고 있는 음양(陰陽)의 기(氣)를 빌어서 우리 몸 안의 음양(陰陽)의 기(氣)를 변화(變化)시킨다는 말이다.

그런데 침은 어떻게 우리 몸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침을 놓는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
<황제내경소문(27) 이합진사론>에 “기의 성쇠는 좌우의 경맥과 상하에 경이되어 있기 때문에 위쪽이 실하면 아래쪽에서 조절하고 왼쪽이 실하면 오른쪽에서 조절하는데 이런 유여와 부족은 형혈과 수혈의 보사로 치료합니다. 이렇게 상하좌우의 영위 경이는 선천적인 허실 때문이고 사기가 외부에서 경에 침입한 것이 아닙니다(經言氣之盛衰, 左右傾移, 以上調下, 以左調右, 有餘不足, 補瀉於滎輸, 余知之矣. 此皆榮衛之傾移, 虛實之所生, 非邪氣從外入於經也)”라고 한 문장이 있다. 또 <황제내경영추(64) 음양이십오인>에서 “반드시 이십오인을 구별해서 좌우 경맥의 상하 어디가 기혈이 실한지 확인해야 자법의 규약을 망라한 것이다(必先明知二十五人, 則血氣之所在, 左右上下, 刺約畢也)”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16형인을 확인하고 침을 놓는 것이 행침의 요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위의 내용으로 본다면 침을 놓는 목적은 선천적으로 차이 나는 인체 상하좌우 영위의 허실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16형인의 파악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침을 놓으면 어떤 작용이 생기게 될까?

침을 놓을 때 나타나는 반응 역시 <내경> 원문에서 설명해 주고 있다. <이합진사론>은 보법(補法)의 설명에서 “경기가 가득 차게 하기 위해 침을 놓고 오랫동안 가만히 유침하는데, 귀한 손님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해 저무는지 모르게 하라(靜以久留, 以氣至爲故, 如待所貴, 不知日暮)”고 한다. 사법(瀉法)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침(留鍼)시키는 이유를 “사기가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無令邪布)”라고 하며 침을 이리저리 돌리는 전침(轉針)을 하는 이유를 “사기가 침에 착 달라붙게 하기 위해서(以得氣爲故)”라고 한다.

“선천적으로 차이 나는 인체 상하좌우 영위의 허실을 바로 잡기 위해 침을 놓기 때문에 16형인의 파악이 필수적이다”

침을 오랫동안 유침시키면 보법에서는 정기가 모여들고 사법에서는 사기가 침 주위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는 보법과 사법 과정의 반응을 본다면 침을 놓으면 침 주위에 정기든 사기든 가리지 않고 모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지 보법은 침을 놓기 전에 사기를 몰아내는 사전 동작을 해서 정기만 모이게 하는 것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침 주위로 정기나 사기가 모이게 하는 침의 작용과 인체 영위지기가 선천적인 상하좌우 경이가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면 침을 어느 쪽에 놓아야 하는지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영위지기가 좌측이 실하고 우측이 허한 좌형(左形)의 사람에게 보법을 쓴다면 허한 곳인 우측에 침을 놔서 정기를 모아서 채워 넣어 좌우의 균형을 맞춰 줘야 할 것이며 우측이 실하고 좌측이 허한 우형(右形)이라면 반대로 좌측에 침을 놓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사기가 외부에서 침범한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좌측이 실한 경우에 실한 좌측으로 사기가 침입하면 경수(經隧)가 폐색되어 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대락(大絡)으로 흘러 기병(奇病)이 된 락병(絡病)은 무자(繆刺)로 치료한다. 또 허한 쪽으로 사기가 들어오게 되면 경수가 폐색되지 않아서 경을 통해서 장부로 들어가는 경병(經病)이 되는데 이 경우는 그 경에 침을 놓는다는 <소문(63) 무자론>의 내용은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다.

사기는 좌측 우측 중 영위지기가 허한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합진사론>의 사법은 사기가 경맥 속에 들어갔는데 아직 진기와 완전히 합해지지 않아서 출렁거리는 모양으로 드러날 때 그 사기에 직접 침을 놓아 사기를 빼내는 방법을 기술한 것이다. 이 경우가 그 경에 직접 침을 놓는 것에 해당하며 허한 쪽에 침을 놓게 되는 것은 보법과 마찬가지이다.

원전의 내용을 해석하면 보법과 사법을 막론하고 침이 가지고 있는 기를 끌어당기는 작용을 이용해서 좌우의 침혈을 선택하고 보사를 통해 치료에 활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침의 작용은 침(針)이라는 글자에도 나타난다. 침은 쇠 금(金)자와 열 십(十)자로 이루어져 있다. 인력의 수렴력을 나타내는 금(金)자와 상하좌우를 나누고 있는 십(十)자의 모양에서 침이 상하좌우에 경이된 영위지기의 허실을 금의 인력으로 조절한다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약물이 고유의 편중된 성질로 인체의 승강출입을 조절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침 역시 인체에서 승강개합을 조절해서 치료하는 것이며 쓰이는 도구만 다를 뿐이지 작용과 기전은 마찬가지라는 것도 함께 드러난다.

대표 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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