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국제무대에서 왕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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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국제무대에서 왕따 조짐
  • 승인 2003.03.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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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제정 실무회의서 배제

한약재를 비롯한 한의학 관련 국제표준제정을 위한 실무조직을 만드는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는데도 국내한의계는 전혀 대책을 마련치 못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WPRO(WHO 서태평양지역본부), 중국, 일본, 한국, 미국, 싱가포르, 홍콩, 호주, 베트남 등 8개국 관계자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한약의 명칭과 규격 등을 정하는 포럼을 구성하는 회의에 비공식적으로 참가한 강대인(서울 강대인한의원) 원장에 의해 확인되었다.

‘한약의 기준과 규정의 조화를 위한 실무그룹회의’의 의장은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 전 소장이었던 장일무 교수가 맡아 충격을 주었다.

토의내용은 주로 △한약의 국제 기준과 규정의 제정 모델 수립 △국제협력에 필요한 사항과 쟁점사항 확인 △논의대상 및 범위 설정 △추진체계 및 방법, 역할분담에 대한 논의 △협력의 평가, 조사, 수정, 사후검토체계의 토의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명칭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약(Herbal Medicine)에 관한 논의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장일무 교수 등은 한약의 범위를 초제 중 초근목피에 한정할 것을 주장하다가 모든 한약재로 확대하자는 첸켄 등의 주장에 밀렸다.

특히 첸켄(WHO 서태평양지역 전통의학 자문관) 등은 Herbal Medicine의 범위를 모든 한약재를 넘어 침, 처치 등 한의학의 모든 것은 물론 전 세계 전통의학을 전부 포함한 개념이라는 방향으로 끌고 나갔다.

회의가 끝날 즈음 7개항의 권고안(Recommendations)을 채택하여 포럼 FHH(Forum for the harmonization of Herbal Medicines)의 구성을 권고하였다. FHH의 실무주도는 한·중·일 3국이 하고 기타국가는 옵저버로 참여하기로 했다. 3개국 대표는 정부 및 연구기관 대표 2명씩 추천하여 참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FHH의 1차 회의는 올 3월7일부터 10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되었다. 한국은 정부측에서 복지부와 식약청, 연구소측에서는 천연물과학연구소 장일무교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강대인 원장은 “처음에 워크샵인 줄 알고 갔다가 회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일종의 한의학의 국제표준 제정을 위한 발기인대회라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천연물과학연구소 관계자가 한약은 자기네 것이라고 말할 때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중국측이 이 회의를 주도하는 것 같았다”면서 “그들의 의도대로 동아시아지역의 한의학의 표준이 합의되면 WPRO를 거쳐 WHO 전통의학본부(책임자 중국인 장소서)에서 세계표준으로 확정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물과학연구소를 대화파트너로 선택한 것 자체가 중국측의 의도 관철에 용이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게 그의 추측이다.

게다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회의에 사용된 언어가 통역도 없이 영어로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권고문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영어로만 이루어져 전문적인 영어실력이 없으면 자구하나 마음대로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대인 원장은 회의에 참가한 경험을 토대로 한의계에서 해야 할 당면과제로 ▲국내법의 정비방향을 수립하여 회의에서 주장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것 ▲영어는 학술적 법적 조항을 다루는 능력까지 갖출 것 ▲외교통상부를 통한 외국 법률안을 입수·분석할 것 ▲국내법의 제정보다 WHO를 통한 세계표준제정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것 ▲전문인력을 확보할 것 ▲전담대책팀을 가동할 것 등을 제
시했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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