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자체의 문제냐 교육의 문제냐 치열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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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자체의 문제냐 교육의 문제냐 치열한 논쟁
  • 승인 2007.12.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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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필요에 맞춘 느낌 … 개념·분류체계 개선돼야

□ 한의학미래포럼 한의학교육 토론회 □

한의학미래포럼(대표 이충열)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자생한방병원 세미나실에서 한의대 전·현직 교수, 개원의, 청년한의사, 한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의학 교육, 바꿔야 산다’라는 주제의 제11차 토론회를 열어 한의학교육에 내재된 문제와 개선방안을 집중 모색했다. <사진>
박왕용 한미래포럼 부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은 김기왕 교수(상지대 한의대 진단학교실)의 발제와 상지대 졸업생 정민교 씨의 보조발제를 청취한 뒤 참석자들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기왕 교수는 발제에서 한의학과 한방의료 전체의 위기를 지적하고 그 원인으로 “학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학문 개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한의대 교과서, 교과목과 교육과정, 실습, 평가, 사교육의 문제를 해부했다. 김 교수는 결국 “한의대 교과서, 나아가 한의학의 학문적 문제는 대부분 ‘소화되지 않은, 해석되지 않은 문헌의 명제들’ 때문”이며 “(문헌 명제들의) 해석과 재구성에 대한 교수들의 두려움과 소극성이 한의학 개혁의 큰 장애물”이라고 진단하고 “물려받은 명제들의 압박감에서 해방돼 따라할 만한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발제요약 640호 기획란 집중토론 참조>

이어 보조발제한 정민교 씨는 한의학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는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 교육방식이 문제”라면서 “학교에서부터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개혁을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투명한 의사소통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발제자의 주장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진단과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학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김기왕 교수의 주장과 관련해 학문의 문제라는 시각과 임상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두 시각이 맞섰다. 동의보감과 같은 고전중의학에 맞는 현대의 질병도 없고, 처방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전자의 시각이라면, 후자는 음양오행 등 한의학의 이론이 임상에서 얼마나 실용성 있는지 검증해야 하지만 한의학이론을 충분히 숙지하지도 않고 임상적 효용성을 의심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해 학문의 문제라기보다 임상하는 사람의 자세를 문제 삼았다.

교과서에 대해서는 한의대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는 데 큰 차이가 없었다. 개념이 정확하지 않은 것이나 학문구성은 양방교육체계이고 내용은 한의학의 변증체계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모든 교과서가 정합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에 들어갈수록 제도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지어 교과서에 게재된 처방명이 병명에 맞춰져 있어 잘못된 처방명에 대해서는 비판을 거쳐 삭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종적으로 교과서의 문제는 이론보다 환자진료를 위한 tool을 잘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교과서 개정과정에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학문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양방교육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목적성이 없고 한방과목과의 연계도 적다는 게 학생들의 주요한 불만사항이었다. 다만 양방과목은 연구자를 길러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의대 교과과목으로 유입된 만큼 한의사가 필요한 양방지식은 양방 가정의 수준이면 된다는 데 의견이 근접됐다.
교수 평가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학생의 교수평가제도는 피드백이 안 된다는 학생측의 주장에 대해 참석자들은 대체로 평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충열 교수는 이에 대해 “교수 업무에서 연구비중이 커지면서 연구와 강의가 연결되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교육도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추세”라고 최근 대학의 동향을 소개했다.
실습의 부재와 만연하는 사교육 문제도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이었다. 이중 사교육의 문제는 학회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어 꼭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치료기전의 모호성 등 학교교육이 가진 문제를 똑같이 안고 있으므로 공개적이고 선순환 되는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됐다.

그밖에도 한방질병분류체계의 개선, 미래의 상황과 소비자의 눈높이를 고려한 전략의 선택, 학생 위주의 교육, 실험적 입증의 중요성, 침과 약에 대한 기본기를 다지는 교육의 필요성, 나아가 한의사의 이상적인 모델 창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개선방안이 쏟아졌다.
사회자를 맡았던 박왕용 부대표는 “한의학의 정체성은 논의를 거듭할수록 정리될 것”이라 낙관하고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 조만간 각론 수준의 토론회가 열릴 것임을 예고했다.
참석자들도 “이번 토론은 교육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주제였던 만큼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토론회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족의학신문 김승진 기자 sjkim@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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